Journal of Korean Public Health Nursing
[ Article ]
Journal of Korean Public Health Nursing - Vol. 38, No. 2, pp.220-233
ISSN: 1226-0290 (Print) 2234-2869 (Online)
Print publication date 31 Aug 2024
Received 20 Jun 2024 Revised 08 Aug 2024 Accepted 12 Aug 2024
DOI: https://doi.org/10.5932/JKPHN.2024.38.2.220

남한에서 북한이탈주민의 간호사 되기 경험

추상희** ; 김진숙***
**연세대학교 간호대학 김모임 연구소, 교수
***우송대학교 간호학과, 조교수, 교신저자
A North Korean Defector’s Experience With Becoming A Nurse in South Korea
Chu, Sang Hui** ; Kim, Jinsook***
**Professor, Yonsei University College of Nursing, Mo-Im Kim Nursing Research Institute
***Assistant Professor, Department of Nursing, College of Health and Welfare, Woosong University

Correspondence to: Kim, JinsookDepartment of Nursing, College of Health and Welfare, 171 Dongdaejeon-ro (155-3 Jayang-dong), Dong-gu, Daejeon, Korea (34606) Tel: +8-42-630-9294, Fax: +82-42-630-9299, E-mail: somach87@hanmail.net

Abstract

Purpose:

This qualitative study was conducted to understand the experiences with South Korean education and nursing practices that North Korean defectors underwent to become a nurse in South Korea.

Methods:

Data were collected through in-depth interviews and focused interviews with six North Korean defectors. The interviews were recorded, transcribed verbatim, checked for accuracy, and analyzed using qualitative content analysis.

Results:

The participants’ experiences were categorized into five themes: the “aspiration-motivated nursing discipline as a profession”, “ambivalence in becoming a nurse”, “encountering the stigma of being North Korean”, “recognizing stigma as an unyielding Maginot line and coping with it”, plus “bridging the educational gap while cultivating cultural competency”.

Conclusion:

The results suggest that in order for North Korean defectors to prepare to be nursing professionals after unification, the following dimensions need to be systematically harmonized. On a personal level, North Korean defectors should try to fit into South Korea’s nursing education methods. On the social level, schools of nursing need to develop adaptation programs for North Korean defectors, and need to accept them without prejudice.

Keywords:

Nursing, Nursing education, Qualitative research,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키워드:

간호, 간호교육, 질적연구, 북한이탈자

I .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2020년 이후 북한의 핵무기 실험발사(Lee, 2024)와 북한 고위 외교관의 탈북 사태가 증가하고 있으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국제 정세의 변화로 인해 남북한의 미래를 준비하는 측면에서 그 어느 때보다 통일 직후 초래될 사회적 혼란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지난 70여 년간 남북한사회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별도의 나라와 제도 아래 다르게 살아 왔기에 매우 다르고, 그에 따라 통일 후 혼란이 올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체제에서 각각 운영된 남북한이기에 통일 이후 통합 과정에서 이해집단간, 계층간 갈등이 초래될 수 있으며, 서로 다른 보건의료제도는 사회적 통합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Hwang, 2014). 북한의 의료시스템은 독자적 국가주도형 사회주의 보건의료체제를 기반으로 무상치료제, 의사담당구역제, 광범위한 예방의료, 고려의학을 중심으로 시행되어왔으며(Lee et al., 2013), 보건의료 인력의 경우 공식 교육과정 외에도 통신, 야간, 특설 등의 필요과정을 거치면 자격이 부여되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Lee, 2016). 따라서, 남북한의 보건의료체제가 통합되는 과정에서 의료인력의 통합문제는 중요한 이슈로 대두될 것이며, 보건의료분야는 생명과 직결되어 사회적 통합에 주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사전 준비 전략이 필요하다.

현재 북한의료인의 재정착 현황을 살펴보면 간호인력은 약 113명이 추정되고, 국가시험 면접 통과 인원은 5명(4%)으로 국가고시 최종합격자는 3명(3%)으로 보고되었다(Shin, 2016). 국내 입국한 탈북의료인 44명 중 의사국가고시 합격자가 총 18명인 것에 비해, 간호인력의 국가고시 합격자는 매우 적었다. 이는 향후 이들의 간호전문성 향상과 실무적응을 위한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간호인력의 경우 국내에 보고된 숫자가 아직은 미비하지만, 이들의 재교육 방안을 마련하여 통일 이후 북한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준비시킨다면 이들은 ‘먼저 온 통일’ 혹은 ‘작은 통일’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An, 2014). 북한이탈주민이 간호학과에 진학한 경우는 2010년 2명, 2011년 6명, 2012년 15명 이상이 지원하여 계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Park & Lee, 2013)이므로 남한의 간호교육과정과 간호실무현장에서 간호사가 되는 경험은 어떠한지 탐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의료인력 중 간호사는 수적으로도 가장 많은 분포를 가질 뿐 아니라, 24시간 입원환자를 관리하는 등 대상자 및 관련된 이들과 가장 밀접하게 관계를 맺으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종이다. 북한의 자료가 공개되지 않기에 현재 자료로 비교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으나 2003년 남북한의 보건의료인력을 비교한 자료에 의하면, 인구 만 명당 의사/약사 수는 남한 28.9명, 북한 32.5명인데 반하여, 조산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의료기사를 포함한 북한의 준의료 활동 종사자 수는 47.7명으로 남한의 97.5명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Hwang, 2003). 적정 수의 양질의 간호인력 확보는 안정적인 의료체계 구축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만, 현재까지 확보된 북한의 간호교육체계 및 간호인력 현황에 대한 자료는 매우 부족하여, 통일 이후 간호인력의 통합에 있어서 많은 혼란이 예상된다. 북한 이탈 주민의 진술을 토대로 파악한 북한의 간호교육은 의학전문학교 간호과 등의 교육기관과 병원 간호원 양성소, 군대 내 설치된 간호원 양성반에서 실시되고 있으며, 1992년부터 교육기간을 3년으로 연장하였다는 언급이 있으나, 존재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이다. 북한의 병원 간호원 양성소에서는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교육이, 간호교육기관에서는 2년 이하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Kim et al., 2019), 4년제 학제 일원화로 통합된 남한과는 상당한 교육 격차를 보이고 있다. 북한의 간호교육은 인민과(주체사상 중심)를 공통과목으로 채택하고, 영어 교육은 남한에 비하여 낮은 수준으로 배우고 있으며(Shin & Kim, 2001), 러시아어와 라틴어를 기반으로 한 용어를 사용하며, 주로 의사로 이루어진 교수진들에 의한 보조인력의 위치에서 필요한 실무위주의 교육으로 이루어져, 남한의 4년제 간호학사 교육과정보다는 간호조무사 교육과 유사하다(Kim et al., 2019)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간호학제에 대한 차이는 남북한 간호인력 통합과정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이다.

국내 간호학에서 시행된 북한이탈주민과 관련된 연구는 북한간호교육의 제도와 교육과정에 관한 연구(Yi, 2001; Lim. et al., 2001), 국내간호대학생활 경험(Park et al., 2019; Kim et al., 2020; Kim & Jung, 2021), 문화적응 스트레스와 대처기전(Kim & Yang, 2011), 대학생활 적응(Park & Lee, 2013), 하나원에 입소한 이들의 건강신념과 건강행위에 관한 연구(Jeon & Park, 2012) 등이다. 대다수의 북한이탈 대학생들은 학업과 정보습득에서 능력의 한계와 인간관계의 어려움, 타인의 도움을 청하는 것의 어려움 등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Jo & Jeon, 2004). 북한 이탈 이후 한국에 정착하여 간호학과에 입학한 이들은 대학입학 이후 확장된 인간관계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자신을 도와주는 많은 이들에게서 희망과 용기를 얻는 것으로 보고되었다(Park & Lee, 2013). 이들 간호대학생의 경우 남북통일이 되면 남한과 북한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연결고리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으며, 이후 북한으로 가서 의료발전을 위하여 일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한다는 각오와 다짐을 갖고 있었다(Park & Lee, 2013). 북한이탈주민들이 남한에서 간호사로서 간호실무에서 어떤 경험을 하며 한국사회에 적응하고 있는가에 관한 연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선행연구에서 간호교육의 경험에 대해 보고하고 있으나 간호사가 되는 과정은 교육과정에서부터 시작하므로 단일집단을 통해 간호교육과 간호실무를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질적연구방법은 대상자가 경험한 내용이 무엇인지 서술적으로 표현하고 의미를 찾으며 경험한 전체적인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연구 방법론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의 간호교육 및 간호사 역할은 남한과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으므로, 북한을 이탈하고 새로운 사회와 문화 상황인 남한에서 간호사가 되는 과정인 간호교육과 간호실무현장의 경험은 그들이 스스로 표현하는 것을 바탕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의 탐구는 북한이탈주민 개인에게 간호전문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이해하고, 남북한의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또한 간호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할 수 있으며, 다가올 통일시대에 간호교육내용 구성 및 교육방법 계획 수립에 필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북한이탈주민 중 국내의료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남한의 간호교육과정과 간호실무에서 겪은 경험과 적응과정을 탐색하고자 질적연구방법을 시도하였다.

2. 연구 목적

본 연구의 목적은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에서 간호사가 되는 과정에서 간호교육과정과 간호실무현장에서 경험한 것은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이고,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에서 간호사가 되는 과정을 돕기위한 간호지원체계 구축에 필요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시도되었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국내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북한이탈주민이 경험한 남한의 간호교육과 간호실무를 탐색하기 위하여 일대일 면담과 포커스 그룹 면담을 진행하여 자료를 분석한 질적 내용분석 연구이다.

2. 연구 참여자

본 연구의 참여자는 북한이탈주민으로 남한의 간호교육과 간호실무를 경험한 간호사로, 연구 참여자는 목적적 편의 추출을 통한 눈덩이 표출(snowballing)로 이루어졌다. 연구 참여자의 선정 기준은 북한이탈주민으로 12세이상 연령에 북한을 이탈하고 남한에 정착하고 정규 교육을 받고 국내 간호사 면허를 소지하고 활동하고 있는 자이다. 12세이상으로 연령을 기준으로 정한 이유는 자아정체성이 확립되는 청소년 시기를 기점으로 남한에서 정착시 장벽 요인을 경험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선정 기준에 부합하며, 본 연구의 목적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간호사는 6명으로 모두 여성이었다. 참여자의 연령은 29세에서 38세까지 분포하였으며, 평균 연령은 34.1세였다. 참여자의 최종학력은 모두 학사이며, 2명은 석사과정에 있으며, 결혼 상태는 기혼 4명, 미혼 2명이었다. 종교는 기독교가 4명, 종교가 없는 경우가 2명이었다. 참여자의 북한 탈북시 연령은 14세-31세로 탈북시 평균 연령은 22.2세이며, 남한 입국시 연령은 18세-32세로 남한 입국시 평균 연령은 24.2세였으며, 남한에 정착 기간은 7년-14년으로 평균 11년이었다. 임상 경력은 3개월에서 5년 6개월이고 평균 임상 경력은 2년 6개월이었고, 3명은 현재 임상에 근무 중이며, 3명은 사직한 상태였다. 근무 부서는 중환자실 2명, 일반병동 4명이며, 이중 1명은 수술실 경험이 있었다. 간호사 외 다른 직업을 근무한 경험은 50%가 있었고, 회사 경리, 피부미용사, 식당 아르바이트 등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3. 연구자의 준비

본 연구를 위하여 연구자들은 통일보건학회에 가입하여 학회 세미나에 참석하면서 통일보건과 관련된 이슈에 대한 이해를 넓혔고, 주저자는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또한, 연구자들은 대학원 과정에서 질적연구방법론에 관해 수강하였으며, 학부 학생과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일대일 면담 및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시행한 경험이 있다.

4. 자료 수집

본 연구의 자료수집을 위한 면담 시간과 장소는 참여자의 편의에 따라 시간을 정하고, 참여자의 사생활이 보호되면서 면담에 방해되지 않는 조용한 일개 간호대학의 세미나실 혹은 상설 스터디 룸에서 이루어졌다. 참여자 3인은 집단 면담을 통한 포커스 그룹 면담 형식으로 진행하였고, 신분의 노출을 꺼리며 집단 면담을 거절한 참여자 3인은 일대일 면담으로 진행하였다. 연구자는 북한이탈 간호사 1인을 제외하고는 안면이 없는 중립적인 상태를 유지했다. 연구자는 면담에 앞서 면담이 진행될 모임 장소에 미리 도착하여 참여자들이 서로 잘 볼 수 있도록 자리를 원형으로 배치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대화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참여자 전원의 목소리가 잘 녹음될 수 있는 곳에 녹음기를 배치하였다. 본 연구의 시작 전에 연구자는 면담의 목적, 진행과정, 주요 질문, 소요 시간 등에 대해 설명한 후 서면으로 연구 참여의 동의를 얻고, 면담 전에 참여자들의 일반적 특성을 작성하도록 하였다.

면담은 참여자들의 동의를 얻은 후 녹음을 진행하였고, 녹음과 동시에 면담 주요 내용을 기록하였다. 면담 시간은 약 90-120분 소요되었다. 면담 질문은 Krueger와 Casey(2009)가 제시하는 질문 범주에 따라 시작과 도입, 전환, 핵심, 마무리 질문의 특성을 고려하여 개발하였으며 반 구조화된 질문으로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다. 면담 시작시 ‘서로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며 간단하게 자신을 소개하였고, ‘남한에서 간호교육을 받는 과정에서 인상 깊었던 경험’을 도입으로 질문하며 심층면담을 시작하였다. ‘간호학과를 선택한 동기’를 전환 질문으로 하면서, 첫 번째 주요 질문은 ‘간호학생으로서 교육을 받으면서 좋았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십시오’였다. 보조적으로 ‘간호학생으로서 교육을 받으면서 힘들었던 경험은 무엇입니까?’와 ‘어떤 대처 방법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였습니까?’ 등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두 번째 주요 질문은 ‘남한에서 간호사로 근무한 경험을 이야기 해 주십시오.’로 보조적으로 ‘간호사로 근무하며 좋았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십시오.’, ‘간호사로 근무하며 힘들었던 경험을 이야기해 주십시오’, ‘어떤 대처 방법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였습니까?’, ‘취업시 선호하는 기관이나 부서가 있었는지 이야기해 주십시오.’ 등과 같은 질문을 하였다. 세 번째 주요 질문은 ‘남한의 교육환경 혹은 의료환경에 적응하는 것을 어렵게 하는 측면은 무엇이었습니까?’로 보조적으로 ‘어떤 대처 방법으로 그 어려움을 극복하였습니까?’, ‘남한의 간호학과와 병원 간호 교육팀에 요구하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까?’, 마무리 질문으로 ‘본 주제에 대해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자유롭게 해 주십시오’ 등의 질문을 하였다. 면담 내용은 모두 음성 녹음하였고, 면담 상황, 연구자의 느낌 등을 면담 직후에 현장 노트로 작성하였다.

5. 자료 분석

본 연구는 귀납적 방법인 질적내용분석을 적용하였는데, 질적내용분석은 연구 질문에서 얻은 자료로부터 주제를 추출하고(Mayring, 2000), 현상학적 방법, 근거이론과 같은 철학적 배경 없이도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도록 설명하면서 유사한 의미를 지닌 주제들을 선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녹음한 내용은 연구 보조원이 전체 내용을 그대로 필사하도록 하고, 연구자 1인이 녹음 내용과 녹취록을 검토하였으며 정확한 필사가 되도록 확인하였다. 면담에 관한 녹음 자료의 분석은 의미 있는 내용 추출과 코딩, 범주화 형성, 추상화의 단계를 고려하였다. 의미 있는 내용 추출 단계는 참여자가 진술한 내용의 녹취록을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남한에서 간호사로 활동하는 북한이탈주민이 경험한 간호교육과 간호실무의 내용을 진술한 문장이나 어구를 의미 있는 진술로 표시하며 추출하였다. 추출된 의미 있는 진술문에 표현된 단어와 문장들의 의미를 분석하면서 코딩화 하였고, 유사한 내용을 묶으면서 분류하여 더 높은 수준의 개념이나 제목을 사용하여 범주화하며 제목을 부여하였다. 마지막 단계는 북한이탈주민이 간호사가 되기 위해 남한에서 경험한 간호교육과 간호실무의 내용을 나타내는 단어를 활용하여 이름을 붙이는 추상화 과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5개의 주제와 14개 하위범주를 도출하였다.

6. 연구의 윤리적 고려

연구 참여자들의 윤리적 측면을 보호하기 위해 본 연구자가 소속된 일개 대학교 간호대학 연구윤리위원회의 승인(간대 IRB 2016-0046)을 받았다. 참여자는 자신의 자발적 의사에 의해 참여함을 원칙으로 하였고, 면담에 앞서 연구자는 연구 참여자에게 본 연구의 목적과 취지를 설명하고, 연구수행 기간 중 언제든지 본인이 희망하면 연구 참여를 거부할 수 있음을 설명하고, 인터뷰에 진술된 내용은 연구 목적 외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과 면담시 녹음된 내용에 대한 비밀 유지와 익명성 보장에 대해 설명하였다. 또한 수집된 녹음 자료는 녹취록을 작성한 후 신원이 파악될 수 있는 인명, 지명 등의 자료는 가명이나 기호로 대치하고, 익명성이 보장된 자료만을 연구팀이 공유하고 분석에 사용할 것을 설명하였다. 이후 이에 동의한 참여자에게 서면으로 동의서를 받고 면담을 수행한 후, 참여자에게는 소정의 답례품을 제공하였다.

7. 연구의 타당성 확보

자료 분석 방법은 신뢰성과 타당성의 질적연구 평가 방법인 Guba과 Lincoln(1989)가 제시한 연구 결과의 진실성, 적용성, 일관성, 중립성 등의 4가지 측면을 고려하였다. 본 연구 주제에 맞는 참여자를 선정하고 참여자의 면담 내용이 녹취록 필사본과 동일한 지 여부를 검토하였고, 참여자 1인에게 분석 결과가 진술한 내용과 맞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진실성(credibility)을 확보하였다. 북한이탈의 탈북과 입국 시기, 간호사 임상 경험 등이 편중되지 않도록 다양한 참여자를 선정하여 일반적 특성을 확인하였고 자료의 포화상태를 점검하여 적용성을 높였다. 자료 분석 과정에서 질적연구의 경험이 많은 간호학자의 피드백을 통해 일관성(dependability)을 확보하였다. 면담 과정에서 개방 질문을 사용하고 연구자의 편견과 주관이 배제되도록 문헌고찰을 최소화하여 중립성(confirmability)을 유지하고자 노력하였다.


Ⅲ. 연구 결과

6명의 참여자가 경험한 남한에서의 간호교육과정과 간호실무에 대한 경험은 내용분석을 통해 총 14개의 하위범주로 분류하였으며, 최종적으로 5개 주제를 도출하였다. 14개의 하위 범주와 5개 주제는 Table 2와 같다.

Experiencing of Participants in Nursing Education Curriculum and Nursing Practices to Become a Nurses in South Korea

1. 열망에 부풀어 선택한 전문직업의 간호학문

참여자들이 못다 이룬 꿈을 이루기 위해 간호학문을 전문직업으로 인식하고 선택하였고, 나아가 통일 이후 북한에 도움을 주기 위함으로 설명하였다.

1) 통일 후 북한에 도움 주고 싶은 마음

참여자들은 간호학을 선택하게 된 동기는 통일 이후 북한을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올 것을 희망하고 전문직 선택을 통해 본인들이 이 기회를 사용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나중에 통일이 되더라도 전문직이니까 북한 사람들에게 영향력 있게 도움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참여자 F)

학교 준비하던 그 시기에 안동 의료봉사를 따라가게 됐어요. 그때 내가 간호대학을 졸업하면 뭔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많겠구나(이런 생각도 했고), 그때 결심을 했고 또 북한의 열악한 의료 실정 이런 것들이 이렇게 같이 떠오르게 되었고... (참여자 A)

2) 못다 이룬 꿈과 전문직업을 꿈꾸다

참여자들은 남한에서 정착하며 북한에서 못다 이룬 꿈을 기억해 간호학을 선택하였고, 또한 직업을 선택하기 위해 고려하던 중 전문직으로 인식되는 간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무엇보다 취업과 연결하여 간호학을 선택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용학원을 갔었는데, 뭔가 이렇게 취업난 같은 게 심했거든요. 다른 사람들이 좋은 대학 나와서 취업도 안되고 그런 걸 보면서, 졸업해서도 취직 걱정 없는 데가 간호대학 아니냐? 이런 이야기 듣다 보니까 그런 쪽으로 기울게 됐고 (참여자 F)

여자 직업으로서 전문직으로 갈 수 있는 직업으로 가장 선망된다 이런 소리를 많이 들어서(선택했어요) (참여자 C)

저희 집 바로 옆에 간호양성소가 있어 가려고 했는데 돈 3000원, 옥수수 100Kg 대장한테 뇌물로 줘야지만 갈 수 있는데, 옥수수 100kg 없어 못 갔거든요. 그게 한이 맺혀서 여기 와서 타 학과 안보고 그냥 바로 간호학과로 선택했어요. (참여자 B)

2. 간호사가 되어가는 과정의 양면성

참여자들은 간호학부과정에서 대학생활의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남북한의 학습방법의 차이로 인해 기초교과목에서의 좌절하는 어려움도 겪지만, 3학년 임상실습을 시작하며 자신감이 증진되는 좋음과 힘듦을 경험하고 있었다.

1) 대학생활의 자긍심

참여자들은 또래 친구들보다 나이가 많은 상태에서 대학생활을 경험하면서 기쁨과 함께 대학생이 되어 누리는 자부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 정문 들어설 때마다 기분이 좋았어요. (참여자 C)

(대학생활을 한다는 것이) 우리는 나이가 있어서 더한 것 같아요. (참여자 B)

간호대학에 다닌다는 것이 늘 자긍심, 자부심이 있었지만, 제일 좋았던 거는 이렇게 사람들을 만난다는 거에요. (참여자 A)

2)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실제 학업수준의 차이(학습내용과 방법의 차이)

참여자들은 북한에서 학습하던 내용과 방법에 있어 차이가 있음을 인식하게 되고, 특히 영어 과목에 차이가 크며, 객관식 문제 유형과 팀 발표 과제에 당황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북한에서 영어 과목은 내가 자신있다 이랬는데, 북한 영어 수준하고 여기하고, 레벨 자체가 갭이 크니까 여기 와서 안되겠더라구요. (참여자 C)

이게 정말 내가 밤새서라도 열심히 해보겠다는 그 의지와 그게 너무 차이가 나는 거에요. (참여자 A)

우리는 책상 앞에 그렇게 오래 앉아보지 않았어요. 갑자기 책상 앞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보내려니까 힘들고(중략) (참여자 F)

북에서는 (시험문제에) 객관식이 없죠. 주관식 위주고. 1학년때는 굉장히 헷갈리더라구요. 이런 시험 유형(객관식)이 없으니까 (참여자 E)

나는 발표에 사투리가 있기 때문에 나서서 발표하는 것도 안되고 컴퓨터 이것 PPT도 못 다루니까 당연히 안 되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오히려 내가 짐이 되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같은 팀에 미안하고 (참여자 D)

3) 모래성 쌓는 전공기초교과목

참여자들은 생리학, 약리학 등 전공기초교과목을 배우는 시기 동안 좌절을 경험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반적으로 성적이 안 나오는 거는 생리학 기초가 없으니까(중략). 뭔 공부를 해도 계속해서 무너지는 모래성 쌓듯이 계속해서 무너지는 느낌이 나는 거에요. (참여자 B)

저는 문과도 이과도 깊이 공부를 한 적이 없는데, 이과쪽 공부를 하다보니, ‘(교수님이 수업시간에) 알지, 학교에서 배웠지’ 이런 말씀하시는 데 저는 모르니까 1학년 때는 공부하면서 많이 울었어요. (참여자 F)

4) 임상실습을 통해 경험하는 자신감과 목표 인식 자각

참여자들은 3학년 임상실습시작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눈치, 의사소통, 현장 적응력 등)을 갖추고 있음을 알게 되면서 자신감을 가졌고, 통일 이후에 북한에 도움이 되는 학문을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경험을 하고 있었다.

실습하면서 알아가는 게 많았던 것 같아요. 흥미가 생기더라구요. 임상 나가면서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중략) 오히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간호대상자들이 다 보면 노인분들이잖아요. 말이 잘 통한다고 좋아하셨어요. (참여자 F)

눈치가 빠르고 몸이 가볍고 하니까 다르게 왔다 갔다 하니까 현장에 강하다 뭐 이런 말 하는데, (중략) 우린 공부에는 약해도 현장에는 강하다 막 이런 말 하거든요. (참여자 B)

실습 때 다른 친구들하고 비교했을 때 제가 좀 많이 부족하고 어떻게 해야 되지 이런 고민과 어려움은 많았는데, 오히려 저는 실습을 하면서 아, 내가 간호학(을) 이 일(통일 이후에 북한에 도움이 되는 일)을 위해서 (지금) 공부 하는구나 라는 걸 좀 알게 되었죠. (참여자 A)

3. 북한사람이라는 낙인과 마주침

참여자들은 간호실무현장에서 북한사람이라는 편견과 장벽을 경험하며 신입간호사로 동기들과 똑같이 겪는 어려움도 북한사람이라는 낙인으로 인한 차별이라고 인식하고 있었으나 점차 경력이 쌓이면서 신입간호사의 업무 능력 부족으로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해석하며, 북한사람이라는 편견으로 인해 신분의 노출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1) 차별과 직면하기

참여자들은 간호실무 적응과정에서 경험하는 신입간호사의 어려움을 북한사람이기에 받는 차별로 인식하고 있었다.

언어적으로 적응은 된 것 같은데 사실 좀 어려운 얘기긴 하지만 약간 북한에서 왔다는 것 때문에 저는 사실 저 스스로 차별이라고 생각을 하는데 좀 그런 게 있었어요. 그때 연평도 포격도 있었는데 그런거 와가지고 ‘야 너네 왜 저러냐?’ 이러고 그러니까 제가 탈북자가 아니라 저는 북한주민인 거예요, 그 순간에는 (참여자 A)

2) 부담되는 신분노출

참여자들은 억양 등으로 인해 탈북자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에 개인적 질문이 많아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숨기려고 해도 자꾸 말투 때문에 환자들이 자꾸 연변에서 왔냐고 물어보고, (중략) 일단 북에서 왔다고 하면 또 대화가 길어지고, (업무를 할 수 없죠) 진짜 뿔 달린 사람 본 듯이 신기하게 생각하니까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 것 같지 않아 (신분 노출은 안 했어요) (참여자 C)

업무적인 일만 얘기하면 좋겠는데, 특히 개인적인 질문, 북에 대한 질문을 하는 거에요. 그럴 때 질문을 피하고 싶은데, 끈질기게 물어보는 분들이 있어요. 내가 아주 친한 동료가 아닌 이상은 얘기하고 싶지 않죠. (참여자 E)

4.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인식하며 대처하기

참여자들은 간호실무현장에서의 갈등이 있을 때 간호학 공부 이전에 경험한 힘든 삶을 회상하고, 같은 졸업 동기들인 신입간호사와 소통하고 간호관리자의 지지를 받으면서 환자로부터 얻는 언어적 칭찬과 같은 방법이 대처 방법임을 체득해 가고 있었다.

1) 떠오른 정착과정의 어려움 회상

참여자들은 간호교육을 받기 이전에 경험한 정착과정에서의 다양한 직종에서 받은 설움 등을 회상하며 신입간호사의 적응 시간을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신규 때 어려움은 내가 처음(남한에) 왔을 때 겪었던 그 어려움에 비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닌 거에요. 이것만 잘 견뎌내면 간호사로 잘 정착할 수 있는 거죠. 과정만 벗어나면 (중략) 내가 여기서 물러서면 내가 무시당했던 그때로 돌아가는 거죠. 중국 사람인 것처럼 무시하고, 김밥집에서 무시당하고, 아줌마들한테서.., (참여자 E)

여기서 그만두면 다른 데 가서는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다른 세상에 가서는 이것보다 더 가혹하거나 더하면 또 그만두고 또 다니고 해야 하는데…(중략) 마지노선이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때가 나이 26, 27살 그랬어요. 동기랑 4살 차이가 나거든요. 내가 이 나이에 또 어디 가서 이런 어린 애들이랑 또 다니겠어. 이런 생각 했어요. ‘여기가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다녔던 것 같아요. (참여자 F)

2) 도움되는 졸업 동기와의 의사소통

참여자들은 간호실무현장에서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으로 같이 졸업한 동기들과 의사소통을 통해 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학교같이 졸업한 동기 있잖아요. 직원끼리 (이야기)하면 돌고 도니까. 동기랑 터놓고 얘기해요. 서로... 서울대, 아산에서 일하는 애들 있어요. 더 스트레스가 많죠. 서로 얘기하면서 스트레스 푸는거죠 (참여자 E)

(같이 입사한 동기) 개네랑 끝나고 이야기하는 게 되게 큰 힘이었거든요. 개네도 똑같이 힘들어하는구나. 고민은 다들 꼭 같아요. 내가 뭐 북한 사람이라 더 힘들다기보다는 같은 신규여서 힘든 게 다 똑같았어요. 다들 힘들어하니까 (참여자 F)

3) 간호관리자(수간호사)의 지지

참여자들은 간호관리자의 따뜻한 지지가 간호실무현장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나타냈다.

(상담을 받은 경험은) 수 선생님하고 상담을 많이 했었고, (입사 후) 1달 지나서 보통 한 달 못 버티고 다 나가는데, 수 선생님이 쭉 지켜보다가 먼저 상담하자고 하셨어요. 내가 힘들어서 그만 둘까 봐. 첫마디가 '많이 힘들지' 이러는 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거에요. 그동안 참았던 게 한 순간에 터지는 거에요. (중략). (수선생님이) 엄마처럼 '참아야 한다' 뭐 못 참고 나가면 어디 가서 안 일어날 거 같아.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 왜냐면 네가 나이가 있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마음은 편하지 않을 거다. 이렇게 말하시더라구요. (참여자 E)

4) 환자로부터 인정받는 언어적 보상

참여자들은 간호실무현장에서 환자가 제공하는 긍정적인 말 한마디에 격려를 경험하고 있었다.

(환자가) 끝나면 자기가 오곡밥 해서 ‘선생님한테 가져가겠다’고 그러고 ‘선생님 정말 좋았다’고.., .이러면서 정말 긍지를 느껴요. 일은 힘들지만 그런 분들한테 인정받으면…(참여자 B)

5. 교육적 격차 방안과 문화적 역량 배양 요구

참여자들은 졸업 후 간호실무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남한과 북한의 격차가 있음을 알아가고 문화적 역량 함양이 필요하기에 이런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북한의 간호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기초부터 다시 교육해야 하고, 서로 다른 문화에 중점을 두는 교육이 필요함을 제시하였다.

1) 절실한 기초 교육

참여자들은 북한에서의 간호원 경력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경험하며 남북한 간호사의 수준 차이가 있음을 알게 되어 통일이 되었을 때는 의료진 간의 의사소통을 위해서도 처음부터 모든 것을 교육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북한 간호사의) 학습 기간이 6개월 밖에 안되고, 정말 그 과정이 여기 와서 도움이 안된다고 하는 게 이해도 되는 거에요. 여기 간호사랑 북한 간호사랑 하는 게 너무 다른..,(중략) (참여자 A)

북한에서 간호사 경력 3년 되는 친구랑 같이 입학했거든요. 그 친구가 말 하는 게 북한에서 간호사 했던 게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자기는 북에서 간호사 했기에 간호학과를 선택했고 당연히 내가 임상경험이 있으니까 잘 할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게 간호사 경력이 없는 친구들보다 더 힘들어 하는 거에요. (참여자 C)

어느 레벨부터 시작 해야 되는가? 아예 그냥 처음부터 다시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의사소통도 전혀 할 수 없고, 영어도 다르고 의사들하고 같은 간호사끼리도 말도 못 알아먹고 그러니까 진짜 북한에서 간호사로 (교육받은 건) 그게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해요 (참여자 C)

왜 응급상황인지 인지를 못하잖아요. 일단 교육을 시켜야 해요. 우리처럼 한국 시스템을 많이 받아들여야 할 거 같아요. (참여자 F)

2) 문화적 차이에 초점을 둔 교육

참여자는 남북한의 차이가 있는 간호실무현장에서 문화의 다름을 교육해야 하는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문화적인 교육을 해야 할 거 같고, 근데 북한에는 억양 이런 게 좀 세거든요. 한국 사람들의 문화, 그런 정서적인 걸 이해못하고 막하다가는 한국 사람들이 상처받고, 말한 사람도 상처받을 것 같고,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다루어야 할 것 같아요. (참여자 F)


Ⅳ. 논 의

본 연구는 북한이탈주민으로서 국내에 정착하여 국내대학의 간호교육과정과 간호실무현장을 경험한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일대일 면담과 포커스 그룹 면담을 사용하여 질적 내용분석 연구를 실시하여 최종 5개의 주제가 도출되었다. 북한이탈주민으로 국내에서 활동하는 간호사에게 필요한 간호지원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시도되었다.

첫 번째 주제인 ‘열망에 부풀어 선택한 전문직업의 간호학문’에서는 ‘통일 후 북한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 ‘못다 이룬 꿈과 전문직업을 꿈꾸다’의 주제가 도출되었다. 이는 Park과 Lee(2013)의 연구에서 북한이탈주민들은 남한에 정착하며 간호사가 되려는 꿈과 취업이 보장된 전문직 간호학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한 것과 유사하였다. 참여자들이 북한에서 간호사를 희망하였으나 경제 형편상 사회의 제약으로 인해 좌절된 꿈을 이루기 위해 간호직을 선택하고, 탈북 과정에서 경험한 불안하고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 속에서 어렵게 남한사회에 정착하게 되면서 보다 안전한 미래를 꿈꾸며 취업이 보장된 직업을 선택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참여자들이 대학진학을 원하는 이유는 남한에서 정착하기 위해서는 대학과정을 거쳐야 한다고(Shin & Park, 2009) 생각하고 있었다. ‘통일 후 북한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의 주제내용은 선행연구(Park et al., 2019) 결과와 비슷하고 이타적인 삶(Park & Lee, 2013)과 유사하였다. 참여자들은 탈북했으나 언젠가는 통일이 올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있으며, 간호실무에서 근무하며 익힌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언젠가는 자신이 자란 북한에 도움을 주기를 염원하고 있었다. 이러한 북한의 의료발전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전문직의 특성인 이타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Chitty, 2014). 통일 이후 북한의 간호인력을 재편성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자원이 되도록 임상에 정착하여 자리매김하도록 돕는 지원체제가 중요한 과제이다.

두 번째 주제인 ‘간호사가 되어가는 과정의 양면성’은 ‘대학생활의 자긍심’,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실제 학업수준의 차이’, ‘모래성 쌓는 전공기초교과목’, ‘임상실습을 통해 경험하는 자신감과 목표인식 자각’ 등의 주제 내용이 도출되었다. ‘대학생활의 자긍심’은 Park과 Lee (2013)의 연구결과인 배우는 즐거움과 유사하였고, Park과 Lee (2013)의 연구에서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실제 학업수준의 차이’, ‘모래성 쌓는 전공기초교과목’은 버거운 학업, 생소한 학습과 평가, 녹녹치 않은 현실, 산 너머 산 등(Park & Lee, 2013)과 Shin과 Park (2009)의 연구에서 제시하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과정’(Shin & Park, 2009), Park 등(Park et al., 2019)의 ‘낯선 교육체제로 혼란스러워 헤맴’(Park et al., 2019)과도 유사하였다. 참여자들은 특례입학의 혜택으로 대학에 입학하면서 나이가 많음에도 대학생활을 새롭게 시작한다는 행복감과 대학생이 된 자긍심 등을 함께 경험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간호학을 배우며 거쳐야 하는 학업의 내용과 방법은 북한에서 학습하던 방식과 다름으로 인해 배우고자 하는 의지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고통의 순간과 마주치게 되는 심정을 경험하고 있었다. 시험문제 방식, 수업 방식의 차이,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 용어 등은 북한이탈주민의 공통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으며, 약리학, 생리학, 해부학 등 전공기초교과목이 점차 많아지면서 방대한 학습량으로 학업에 대한 부담감을 경험하는 것은 국내 간호대학생들의 학과 적응경험과도 유사한(Min, 2006) 내용이었다. 개인적인 노력도 필요하지만, 간호학과 입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진로를 지도하는 고등학교 교사 혹은 관계자들, 그리고 초기 정착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하나원에서는 간호학과 대학 진학을 위해서는 사전학습의 범위 및 준비 정도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안내를 제공해야 한다. 면담에 참여한 대상자들은 영어 학습을 위해 대학에서 지원하는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영어 학습의 기회를 활용하여 실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였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대학에서 이러한 다양한 학습의 자원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노력들이 필요하다. ‘임상실습을 통해 경험하는 자신감과 목표 인식 자각’의 자신감과 관련된 내용은 국내 간호대학생들도 임상실습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한다는 내용과 유사하였고(Kang, 2016), 목표 인식 자각은 참여자들이 통일 이후 북한을 돕고자 했던 간호학 선택 동기를 확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내용은 본 연구에서 도출된 개념으로, 추후 반복 연구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 주제인 ‘북한사람이라는 낙인과 마주침’은 ‘차별과 직면하기’, ‘부담되는 신분노출’의 주제내용이 도출되었다.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의하면 남한 생활에 불만족하는 주된 이유는 가족과 떨어져 살기에(28.3%), 치열한 경쟁(20.6%),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남한사회의 차별 및 편견(17.7%)의 순으로 나타났다(North Korean Refugees Foundation, 2023). 또한 북한이탈주민의 인권의식 실태조사에 의하면 북한이탈주민이라는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차별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며, 차별과 인권침해를 하는 집단은 일반시민(20.6%), 직장 상사(7.9%), 직장 동료(16.5%) 순서로 보고되었다(Jeong, 2016). 본 연구 대상자도 남한사회의 차별과 편견이 있음을 인식하고 있으며, 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로부터 차별을 받는다는 인식을 경험하고 있어 선행 연구 결과와 유사하였다. 하지만 경력이 쌓이면서 자신들이 차별로 생각했던 일부분은 업무상 미숙함으로 인해 생긴 오해의 부분이었음을 인식하는 것으로 분석되어 선행연구와는 차이가 있었다. 북한이탈주민들이 국내에서 정착하며 경험하는 지각된 차별 경험은 삶의 만족(Kong & Kim, 2018)과 소속감의 약화(Kim & Yoo, 2014), 불안과 우울의 증가 등에 영향을 주는 변수(Cho, 2011) 혹은 매개변수(Kong & Kim, 2018)로 보고되고 있다. 간호실무현장의 관리자들은 북한이탈주민이 신입간호사로서 업무의 미숙함에 대한 부분을 차별의 경험으로 지각할 수 있음을 먼저 인식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간호실무현장에서는 이러한 인식을 고려하여 직무교육차원에서 간호사의 문화적 역량을 강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네 번째 주제인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인식하며 대처하기’는 ‘떠오르는 정착과정의 어려움 회상’, ‘도움이 되는 졸업동기와의 의사소통’, ‘간호관리자의 지지’, ‘환자로부터 인정받는 언어적 보상’의 주제내용이 도출되었다. 본 연구 대상자들은 생명을 걸고 탈북을 결심하여 국내에 입국하고 어렵게 정착하면서 꿈에 그리는 대학을 졸업하였으며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시작한 경험을 토대로 간호실무현장에서의 난관을 극복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간호실무현장의 대처 방법은 다차원적인 요소로 구성됨을 알 수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정착과정의 고충을 되새기며 간호실무현장의 스트레스를 대처하거나 대학졸업 동기들과의 적극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신입으로서 경험하는 임상스트레스를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또한 간호대상자인 환자로부터 칭찬받는 언어적 피드백을 통해 직업적 정체성을 형성해가고, 사회적 지지인 간호관리자의 격려가 본 연구 대상자들에게 힘이 되는 지지체계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북한이탈주민의 직업 적응을 위해서는 하나원에서부터 개인적 측면을 강조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및 적용사례 소개가 필요하고, 간호실무현장에서는 임상 스트레스 대처 방법 및 간호관리자의 지지체계를 소개하는 다양한 접근이 요구된다. 북한이탈주민은 북한에서 나이가 많고, 학력이 높을수록 높은 목표를 세우면서 자신을 발전시키고 직업에 적응하려는 자세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Cho et al., 2020) 있으므로 국내에서 간호학을 공부하려는 북한이탈주민들은 연령이 적지 않으므로 간호교육기관에서부터 자신의 목표를 세우면서 미래에 대한 발전적 자세를 함양할 수 있도록 상담 및 지도가 필요하다.

다섯 번째 주제인 ‘교육적 격차 방안과 문화적 역량 배양 요구’에서는 ‘절실한 기초 교육’, ‘문화적 차이에 초점을 둔 교육’의 주제내용이 도출되었다. 국내 간호교육은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의 기준에 의해 현재 4년제 학제 일원화가 이루어져 간호교육과정을 교양필수와 선택, 전공기초, 전공필수, 및 전공선택으로 편성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3학년부터 임상실습을 시행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선행연구의 자료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지역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으나 북한이탈주민의 진술을 통해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들의 진술에 의하면 북한 간호교육은 6개월-2년이하의 교육이 이루어지고 있어 남북한의 간호교육에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으며, 북한의 준의사에 해당하는 직종이 국내 간호사가 수행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어(Lee, 2016), 북한의 간호교육은 국내 간호조무사 교육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다가올 통일 이후에 간호계에서는 간호실무의 격차를 극복하기 위해서 기본교육과 문화적 역량의 배양을 강조해야 할 것이다.


Ⅴ. 결 론

본 연구는 북한이탈주민으로서 남한에 정착하여 간호교육과정과 간호실무를 경험한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질적연구를 수행하였다. 참여자들은 간호전문직을 희망하고 동시에 미래 통일시대에 북한지역에 도움이 되고자 간호학을 선택하여 대학생활에서 자긍심과 자신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남북한의 학습방법 차이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는 양면성을 경험하였다. 간호실무에서는 북한사람이라는 낙인과 마주치는 현실의 상황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으로 인식하며 대처하고 있었다. 본 연구는 그동안 깊이 있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북한이탈주민을 대상으로 사회적 통합 차원에서 남한에서 간호사로 활동하는 이들을 참여자로 선정하여 간호교육과정과 간호실무의 경험, 간호실무에서의 대처 방법을 탐색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남한에서 북한이탈주민이 간호사가 되는 과정을 돕기 위한 간호지원체계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기초자료를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개인 수준으로 남한의 간호교육방법에 맞는 학습역량을 갖추며, 신입간호사로서 겪는 어려움이 간호사 업무역량 부족일 수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간호교육기관에서는 북한이탈주민의 학생들을 위한 문화적 차이를 고려하여 학업적응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 셋째, 간호실무와 사회적 수준에서는 북한 사람이라는 낙인으로 인한 차별 인식 개선을 위해 북한이탈주민 뿐 아니라 남한사회의 문화적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 요구된다.

본 연구의 제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참여자들의 특성상 신분노출을 꺼려하여 면담 인원이 6명으로 소수였고 모두 여성이었다. 둘째, 일대일 면담과 포커스 그룹 면담의 2가지 종류를 연구 방법으로 사용한 점이다. 셋째, 참여자들의 임상경력이 3개월에서 5년 6개월로 신입간호사에서 경력간호사까지 다양하였다. 추후 연구 대상자를 충분히 확보하고 성별을 다양화하여 반복연구 및 임상경력에 따른 북한이탈주민의 신입간호사와 경력간호사의 적응단계를 구분하여 탐색할 것을 제안한다.

Acknowledgments

본 연구는 2016년 통일보건의료학회 학술연구지원에 의해 수행되었음.This study was supported by academic research in Association of Healthcare for Korean Unif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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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No Age
(yr)
Sex Marital status Age at the time of defection Year of entry Korea
(years of settled in Korea)
Other job experience Clinical career Present working
M=mean, SD=standard deviation, F=female
1 38 F married 31 2011 (7) No 3month No
2 35 F married 25 2007 (11) Yes 1yr No
3 33 F married 15 2004 (14) No 5y6m No
4 33 F married 20 2005 (13) No 3y2m Yes
5 37 F unmarried 28 2009 (9) Yes 3y3m Yes
6 29 F unmarried 14 2006 (12) Yes 2y3m Yes
M±SD 34.16±3.25 22.2±6.97 11.0±9.51

Table 2.

Experiencing of Participants in Nursing Education Curriculum and Nursing Practices to Become a Nurses in South Korea

Theme clusters Themes
Aspiration-motivated nursing discipline as a profession - The desire to help North Korea after unification
- Unfulfilled dreams and desire of specialized job
Ambivalence in becoming a nurse - Pride in college life
- Differences in actual academic levels that cannot be kept up with the will alone(Differences in learning content and method)
- Prerequisite requirement courses like building sand castles
- Confidence and goal recognition through nursing practicum
Encountering the stigma of being North Korean - Facing discrimination
- Burdensome identity exposure
Recognizing stigma as an unyielding Maginot line and coping with it - Reminiscing about the difficulties of the settlement process
- Positive communication with college classmates
- Support from nursing manager(Head nurse)
- compliments recognized by the patients
Bridging the educational gap while cultivating cultural competency - Desperate for education that must be re-started from the ground up
- Education focused on cultural differenc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