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탈 간호원의 북한 간호 교육과 실무 경험
Abstract
This qualitative study sought to comprehend the nursing practice and education that North Korean nurses who defected to South Korea encountered in their home country.
Semi-structured questions were used to conduct in-depth interviews with ten nurses. The conventional content analysis method was employed to analyze the collected data.
Three categories were identified by the participants to describe the nursing practice and education in North Korea: 207 codes, 26 subthemes, and 11 themes were used with respect to decisions made about ‘Entering nursing education’, ‘Completing different nursing education by period’, and ‘Performing nursing practice and continuing learning’. There have been significant changes in nursing education and practice, including admission requirements, course lengths, major curriculum, nursing qualifications, and practice, in line with the period of significant changes brought about by socioeconomic challenges and law revision. Significant differences in nursing education and practice between South and North Korea were also identified.
These findings allowed us to comprehend the status of nursing in North Korea today. Setting a course for integrating nursing practice and inter-Korean exchange in a unified Korean Peninsula in the future will also be feasible. We perceive a greater need for ongoing attention to North Korea's nursing practice and curriculum now than in the past.
Keywords:
North Korea, Nursing, Education, Practice, Qualitative research키워드:
북한, 간호, 교육, 실무, 질적연구I . 서 론
1. 연구의 필요성
국가별 보건의료체계는 의료서비스 전달, 보건인력, 보건정보, 의약품 및 기술, 건강재정, 지도력 등 여섯 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특히 보건인력은 단기간에 양성되기 어렵고 보건의료 분야 전문인력의 확보를 위해 기존 전문인력의 재교육, 직무교육, 보수교육 등 지속적인 교육체계가 요구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고 민감한 사안으로 고려된다(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2000). 보건인력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간호인력은 국민의 질병예방, 건강의 유지, 증진에 필수적인 간호를 수행하며, 대상자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고 있으므로 안정적인 보건의료체계 구축에 있어 적정수준의 간호인력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Needleman, 2017). 더욱이 북한은 사회주의국가로 정권 수립 초기부터 표방한 무상치료제의 실현을 위해 의료기관의 설립과 그에 필요한 보건의료인력 양성에 주력해왔다. 그러나 최근 핵무기 보유에 따른 국제사회의 제재 강화와 최근 신종감염병의 반복적인 범유행에 따른 국경 폐쇄 정책으로 북한의 보건의료체계는 급속히 붕괴되었고 의약품 고갈, 보건의료인력 부족 등 그에 따른 부정적인 결과들이 간접적으로 전해지고 있으나(Kim & Jung, 2021; Kang et al., 2019) 북한의 폐쇄성으로 인해 관련 정보는 매우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건강관련 지표는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 북한통계에 따르면 남한의 평균 기대수명이 82.5년인데 반해 북한은 72.0년이며, 북한의 주요 사망원인이 심혈관질환, 암, 만성호흡기질환 순으로 나타나(Statistics Korea, 2021) 남북한 건강 수준의 큰 격차를 확인할 수 있고 질병 특성이 전염병에서 만성질환으로 전환되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20~2022년 동안 북한 인구의 45.5%가 영양부족 상태임이 보고되고 있고(FAO, IFAD, UNICEF, WFP, & WHO, 2023), 2020년 북한의 모성사망률은 출생아 10만 명당 107명으로 최근 20년간 43% 이상 감소하였으나 남한의 8명에 비해 13배나 높았다(WHO, UNICEF, UNFPA, World Bank Group, UNDESA/Population Division, 2023). 결핵 환자가 매년 증가하여 현재 13만 4천명에 이르고 있으며, 다수가 다제내성 결핵으로 확인되고 있다(WHO, 2023). 생활고, 결핵 진단 장비와 보건의료인력의 부족 등이 다제내성 결핵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되고 있다(Shin et al., 2015). 북한 중앙통계국에 따르면 2030~2035년 사이 고령사회로 진입이 예상되고 있으나 경제난 이후 가족의 노인 돌봄 책임, 지역공동체의 상호부조 등도 약화되어 북한 노인의 건강한 노후 또한 크게 위협을 받고 있다(Hong et al., 2020).
인구집단의 고령화, 건강관련 지표의 악화와 질병 특성의 변화 등으로 그에 대응할 수 있는 간호인력을 포함한 보건의료인력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으나 북한의 간호인력 현황과 교육, 간호 실무에 관한 연구는 매우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간호 교육에 대한 공식적인 자료는 북한 정권 초기(1948~1950년)에 제정된 내용이 대부분이며(Lee & Lee, 2006) 실무에 관한 내용은 전무하다. 더욱이 다수 연구가 북한의 보건의료인력 양성의 틀에서 간호 교육을 다루고 있어서(Kang et al., 2019; Kim, 2019; Shin & Kim, 2001; Yoon, 2023), 북한 간호 교육의 변천과정을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북한관련 공식자료를 제시하고 있는 통일부에서도 북한의 간호 교육과정에 대해 2년제 보건간부학교, 1년제 간호원학교와 6개월 간호원양성소를 병기하고 있는 상황이며(Ministry of Unification, 2023), 비교적 최근 북한 간호 교육을 다룬 연구(Kang et al., 2019)에 북한의 간호원학교에서 6개월 단기 교육과정으로 구성된 특설반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간호 교육에서 있어 중요하게 다루는 통일된 학제에 따른 전문성 확보의 부재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와 같이 교육기관의 명칭과 학제, 교육내용 등 북한 간호의 교육에 대한 자료는 선행연구 출처에 따라 내용이 상이하며 간호 실무에 대한 보고는 전무한 것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신뢰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한 공식적인 정보의 극단적인 제한성은 북한에서 실제로 삶을 영위했던 북한이탈주민(이하 탈북민)의 경험에 대한 심층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한다(Kim, S. H., 2019; Yoon, 2023). 북한의 간호에 대한 연구의 현실적인 방향은 북한 사회의 변화과정 속에 이루어진 간호 교육의 배경을 정리하면서 실제로 북한에서 병원이나 다른 의료 현장의 경험을 가진 탈북민 의료전문가를 대상으로 자료를 축적해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 이들이 북한에서 받은 간호 교육과 의료 현장에서 경험한 간호 실무에서 새롭게 나타나는 간호관련 현황을 살펴보는 연구를 통해 제한적인 정보, 자료, 문헌상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갈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세계 각국의 보건의료 교육제도는 그 사회의 보건의료체계의 영향을 받으며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체제의 형태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Shin & Kim, 2001). 그러기에 북한의 간호 교육과 실무에 관한 연구는 북한 사회의 정치, 경제 변화와 함께 과거의 교육 및 실무와 달라지는 내용에 대한 경험적 내용은 추가 보완해 가는 연구 과정이 요구된다. 1953년 정전 이후 70여 년간 지속되는 분단으로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여러 측면의 이질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 보건의료 상황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기보다는 남북한 보건의료 협력을 준비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2. 연구 목적
본 연구는 북한이탈 간호원(이하 탈북 간호원)이 경험한 북한의 간호 교육 및 실무의 현황을 확인하여 북한의 간호 현황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향후 남북교류 및 미래 통일한반도를 위한 간호 분야의 방향성을 모색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남한에서는 1988년 의료법 개정과 함께 ‘간호원’에서 ‘간호사’로, ‘조산원’에서 ‘조산사’로 명칭을 개정했으나 현재 북한에서는 ‘간호원’과 ‘조산원’으로 명명되고 있는 바 본 연구에서는 명칭을 일괄 ‘간호원’, ‘조산원’으로 명기하였다.
Ⅱ. 연구 방법
1. 연구 설계
본 연구는 탈북민 중 재북 시 간호원 양성교육을 받고 임상현장에서 간호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참여자 대상으로 북한의 간호 교육과 실무 경험에 대한 심층면담자료를 내용분석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참여자
연구참여자는 탈북 후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 (이하 하나원)에 입소하여 사회적응 기본교육을 이수한 후 지역사회에서 거주하고 있는 19세 이상 탈북민 중 재북 당시 ‘간호원학교’를 졸업했거나 ‘군간호원양성소’에서 교육을 받고 간호원 자격을 취득한 후 간호원으로 임상현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10명을 목적표집 하였다. 탈북민의 남한 적응을 위한 활동을 하는 비정부기구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 게시판에 연구참여자 모집문건을 게시한 후 참여 의사를 밝히거나 일부 참여자를 통해 연구 목적에 부합하는 참여자를 추천받아 모집문건을 전달하고 이에 동의하여 연구자에게 참여 의사를 표시하는 방식인 눈덩이표집을 하였다. 심층면담 중 연구참여자 9번부터 새로운 내용이 더 이상 확인되지 않았으며, 연구참여자 10번의 심층면담에서도 새로운 내용이 추가로 확인되지 않아 자료가 포화되었다는 판단 하에 자료수집을 종료하여 연구참여자는 최종 10명이었다.
연구참여자 10명 모두가 여성이었는데, 이는 북한의 「간호원학교 규정」에 중학교를 졸업한 25세 이하 여성에게만 입학자격을 부여하고 있고, 군간호원양성소 또한 고등중학교를 졸업한 여군에게만 입학자격을 부여(Lee & Lee, 2006)하고 있는 결과로 보인다. 연령대는 60대 2명, 40대 2명, 30대 2명, 20대 4명이었고, 7명이 기혼이었다. 재북 시 거주지는 양강도 등 모두 국경 지역이었고, 탈북년도는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다양했다. 참여자 중 6명이 재북 시 간호원학교를 졸업하였으며, 자격 취득 후 대학병원을 비롯하여 시·군 인민병원, 종합진료소, 군대 군위소, 교화소 등 다양한 임상현장에서 근무하였다. 또한 대학병원에 근무한 참여자 중 북한의 사회주의 헌법에 제시된 교육제도인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체계’를 활용하여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1명은 ‘준의’ 자격을, 1명은 ‘의사 6급’ 자격을 취득하였으며 이들은 모두 대학병원에서 근무하였다<Table 1>.
3. 자료 수집
본 연구는 북한에서 간호 교육을 받고 임상현장에서 간호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탈북민 10명을 대상으로 사전에 문헌고찰을 통해 도출된 면담질문을 중심으로 개별 심층면담을 실시하였다. 면담은 ‘당신이 재북 당시 받은 간호 교육과 근무를 했던 현장의 경험은 무엇입니까?’와 같은 비구조적인 질문으로 시작하였다. 간호 교육과 관련하여 ‘간호교육기관의 입학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교육기관에서 받은 간호 교육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이론 교육과 실습 교육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북한 간호 교육만의 특징은 무엇입니까?’, ‘간호원 자격을 취득하는 방법은 무엇입니까?’, 간호 실무와 관련하여 ‘자격 취득 후 어떻게 임상 현장으로 배치됩니까?’, ‘근무기관에서 주로 수행한 업무는 무엇입니까?’ 등의 구체적인 질문에 답하되 면담 중 새로이 확인되는 사실에 대해 추가적인 질문을 하였다. 2020년 7월부터 10월까지 참여자별로 1~2회의 심층면담을 시행하였고, 면담별 소요시간은 60~120분이었다. 1차 심층면담 후 구조화된 설문지로 성별, 연령, 학력, 거주 지역 및 소속 등 일반적 특성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탈북민 중 재북 시 간호원으로서 임상경력이 있는 자가 소수임을 고려하여 일반적 특성은 최소한으로 수집하였다. 각 면담은 참여자가 선택한 장소인 비정부기구 사무실에서 진행하되 면담내용은 녹음하였고 면담 직후 녹취록으로 작성, 분석하였다. 녹취록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내용 파악이 어려운 경우 추가 면담을 통해 내용을 확인하는 절차를 병행하였다.
4. 윤리적 고려
연구참여자가 취약계층인 탈북민이므로 사생활 보호와 참여에 따른 불이익을 최소화하기 위한 다음의 사항을 주의깊게 수행하였다. 탈북민 대상 비정부기구 단체에 게시한 모집문건을 보고, 이메일 또는 문자를 통해 참여 의사를 밝힌 탈북민을 대상으로 설명문과 함께 연구의 목적, 참여 절차 및 방법, 익명성 및 비밀 보장, 중도 철회 등 참여자의 권한에 관한 사항을 설명하였다. 이후 최종적으로 자발적인 연구 참여를 결정한 탈북 간호원을 대상으로 서면동의서를 획득하였다. 면담 내용은 모두 녹음되며, 보호해야할 개인정보가 발생되는 경우 고유식별번호로 대체하여 익명으로 하고 본 연구만을 위해 수집, 기록, 이용할 것임을 설명하였다. 참여자가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서면 동의 후 심층면담과 일반적 특성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하되 탈북민 중 재북 시 간호원으로서 임상경력이 있는 자가 소수임을 고려하여 일반적 특성은 최소한으로 수집하여 신분 노출의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하였다. 면담 종료 후 소정의 사례를 제공하여 감사를 표했다.
5. 자료 분석
본 연구는 문헌연구를 기초하여 개인별 심층면담 자료 내용을 분석하는 전통적 내용분석방법을 활용하여 자료를 분석하였다. 전통적 내용분석방법은 관련 이론 또는 문헌이 부족할 때 사용되는 방법으로 문헌이나 경험 배경 없이 참여자로부터 수집한 원자료로부터 귀납법을 통해 주제를 도출한다(Hsieh & Shannon, 2005). 간호를 포함한 사회, 경제, 문화 등 모든 부분에 관련된 북한의 정보공개 폐쇄성(Kang et al., 2019; Kim, S. H., 2019; Yoon, 2023)을 고려하여 재북 시 간호원으로 임상현장에서 활동한 탈북민과의 심층면담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분석하였다. 우선 원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전체적인 의미를 이해한 후 ‘입학’, ‘학비’, ‘자격’, ‘배치’ 등 핵심 개념을 나타내는 단어를 확인하였다. 이후 유사한 단어를 모아 코드를 분류하고, 분류된 코드를 비교하며 유사한 의미별로 모아 하부주제로 조직화하였다. 하부주제간 연결성과 관련성을 확인하여 주제로 조직화한 후 주제를 보다 압축하여 참여자의 북한 간호 교육과 실무 경험에 관한 최종 범주를 도출하였다.
6. 엄격성
연구의 엄격성을 확보하기 위해 Sandelowski (1986)의 엄밀성 기준에 따라 평가하였다. 북한에서 간호 교육을 받고 임상실무의 경력이 있는 탈북민을 연구참여자로 목적표집하고, 참여자가 희망하는 장소에서 면담을 진행하며, 참여자가 자신의 경험을 편안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조용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였다. 참여자의 언어 그대로를 녹음하여 면담 직후 연구자가 필사하고 분석함으로써 수집된 자료가 누락되거나 왜곡되지 않도록 하였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참여자가 진술한 경험을 충실하고 정확하게 묘사하는 신뢰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독자나 타 연구자가 연구의 논리를 이해하고 전개방식을 따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인 추적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의 필요성, 목적, 방법 및 결과해석 등을 체계적이고 구체적으로 제시하였다. 참여자의 언어로 필사된 원자료를 사용하고 연구자들이 함께 검토하며, 분석 결과를 참여자에게 확인하도록 함으로써 분석 내용의 정확성을 높이고자 하였다. 연령, 거주지, 결혼여부, 직장 및 근무경력 등 다양한 특성을 지닌 참여자를 목적표집하고 참여자의 진술이 포화될 때까지 자료를 수집함으로써 연구결과의 다양한 맥락에서의 일반화와 관련된 적용성 기준을 충족하고자 하였다. 신뢰성, 추적가능성, 적용성을 확보하고, 자료 수집 및 분석 과정에 있어 연구자들의 경험, 느낌, 생각 등이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북한의 간호 교육과 실무 경험에 대한 연구자의 인상과 답변을 재평가하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가정들은 배제하는 한편, 면담 시 일반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구체적인 질문으로 진행함으로써 연구자들 및 참여자들의 선입견과 선가정 등을 고려하였다. 이를 통해 양적연구의 객관성에 해당하는 확인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하였다.
북한학 박사학위 소지자인 일 연구자는 하나원 간호사무관으로 20년 이상 근무하면서 탈북민의 사회적응 및 건강관리 관련 상담자와 연구자로 적극적으로 활동하였다. 또한 일 연구자는 간호학 및 교육학 박사학위 소지자로, 상급종합병원의 임상경력과 함께 통일간호전공 석사학위과정을 다년간 담당하면서 탈북민 및 남북한 간호와 보건의료관련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자 모두 탈북 간호원이라는 참여자의 재북 시 간호 교육 및 실무 경험에 대한 민감성을 확보하고 있고, 다수의 질적연구 논문을 출판, 발표하는 등 양질의 질적연구 수행을 위한 준비를 지속해왔다.
Ⅲ. 연구 결과
북한에서 교육을 받고 임상현장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탈북 간호원이 재북 당시 경험한 간호 교육과 실무에 대한 내용분석 결과, 연구참여자 10명으로부터 수집된 원자료로부터 207개 코드, 26개 하부주제, 11개 주제 및 ‘간호 교육으로의 진입’, ‘시대별로 상이한 간호 교육의 이수’, ‘간호 실무의 수행과 계속 학습’의 3개 범주가 도출되었다<Table 2>.
1. 범주1. 간호 교육으로의 진입
‘간호 교육으로의 진입’ 범주는 ‘공적인 입학’과 ‘사적인 입학’ 두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공적인 입학’ 주제는 ‘계획경제 하 규정에 의한 선택’, ‘가변적 상황에 기반한 당 결정’의 두 하부주제로 이루어졌다. 참여자들은 북한은 노동당(이하 당국)의 보건의료인력 양성 계획에 따라 ‘간호원학교’와 ‘군간호원양성소’라는 이원화된 교육기관에서 간호원을 양성한다고 하였다. 법령에 따라 초급중학교를 졸업한 25세 미만의 여성만 간호원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으나 2000년대 이후에는 간호인력의 부족, 특정 진료과로의 인력 배치 등으로 인해 입학정원의 절반은 사회에서 생활하고 있는 자를 선발하였다고 한다. 군간호원양성소는 군대 내에서 자체적인 교육을 통해 간호원을 양성하는데 지역별 필요에 따라 입대하는 여성의 일부를 군간호원양성소에 배치, 간호원으로 양성한다고 하였다.
북한에서 초급중학교를 마치고 1967년 9월 OO의학전문학교 기술반(간호원반)에 입학하여 2년간 수업을 받고 간호원이 되었습니다. <참여자1>
제가 간호학교에 입학 할 당시 사회생들도 입학을 했는데 학교에서 사회생활 경험자는 우대해준다는 말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참여자9>
17세 때 북한 육군에 입대를 했는데 곧장 인민무력부 6군단 간호양성소에 배치되어 12월까지 간호원 양성교육을 받았고 군위소(군대 내 보건의료부서)에 배치되었어요. 이후 만 7년간 군 간호원을 했고 마지막 특무상사 달고 제대를 했습니다. <참여자8>
OO도 OO시 O동 10군단 간호원양성소는 군에 입대한 군인이 간호원 양성 6개월 교육을 받고 군 간호원으로 배치를 받습니다. <참여자3>
‘사적인 입학’ 주제는 ‘자가 치료가 불가피한 현실’, ‘가족의 생존을 위한 선택’ 등의 하부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참여자에 따르면 북한에서 간호원은 법률적으로 여성만이 할 수 있는 직업이자 선호하는 직업의 하나로 대부분 출신성분이 좋아야 될 수 있다고 하였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기를 지나면서 북한의 무상치료제는 유명무실해졌으며, 질병이 발생한 경우 의료기관에서 진단은 받을 수 있으나 치료를 위한 의약품 등은 주민이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자신의 가족이 아프면 자체적으로 약을 사서 주사를 맞혀야 하므로 간호기술을 배워서 가족을 돌보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간호원학교에 입학을 희망하고, 입학하려고 노력한다고 하였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기 이후) 2000년대는 북한사람 모두가 의사라고 한다. 몸이 아프면 자가진단을 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참여자6>
북한에서 간호원학교에 입학을 하는 이유는 집에서 각자 치료를 하는 일이 많은데 간호원학교를 나오면 주사도 놓을 줄 알고 약물에 대해 판단을 할 수 있어서 가족을 치료하기 위해서 간호원학교를 들어가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참여자7>
2. 범주2. 시기별 상이한 간호 교육의 이수
‘시기별 상이한 간호 교육의 이수’ 범주는 ‘교육과정의 수업 연한’, ‘재학 중 교육비용’, ‘교양 교육과정의 변천’, ‘전공 교육과정의 변천’, ‘실습 교육과정의 변천’의 다섯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과정의 수업 연한’ 주제는 ‘규정에 정해진 수업 연한’,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하는 수업 연한’의 두 하부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참여자들은 북한에서 간호원이 부족한 현실은 대도시마다 나타나는 흔한 현상이라고 하면서, 그에 따라 간호원 양성 교육과정이 변모됐다고 하였다. 1960년대 의학전문학교 기술반을 졸업한 참여자는 1970년대 중반부터 대학병원 내 1년 2개월 과정 ‘간호원양성소’가 개설되었고, 도 인민위원회 보건과에서 2년제 ‘간호원양성소’를 운영하였다고 하였다. 이후 각 도에서 2년제 보건간부학교를 개설하여 간호원을 양성하였다고 하였다. 1990년대와 2000년대 간호원학교를 졸업한 참여자는 고등중학교 6년을 졸업한 후 입학이 가능하였고, 2년간 수업을 들었다고 하였다. 2010년 이후 간호원학교는 도 단위 뿐만 아니라 군 단위의 분교 형태로 생겨났고 ‘간호원 인원이 부족하여’ 정규과정인 2년제 간호원학교를 운영하면서도 6개월 단기 특설반을 신설하여 간호원을 양성했다고 하였다. 단기 특설반에서는 실습교육을 1~2개월 단축하여 수업을 진행하면서 주로 응급간호(구급간호, 소생법, 지혈법 등)를 중요하게 다뤘으며, 이는 군간호원양성소의 교육과정과 유사하다고 하였다.
1980년대부터는 도 보건과에서 간호원 양성을 주도적으로 했댔어요. 6개월 간호원양성소도 많이 생겨나고.. 간호학교를 나오거나 간호원양성소를 나와도 결말은 간호원입니다. <참여자1>
간호원학교는 도 단위로 1개 있고 군 단위는 분교로 간호원학교로 운영합니다. OO군 간호원학교를 2년제 졸업했어요. <참여자2>
당시 북한에서 간호원 인원이 부족하여...(중략)... 특설반 양성과정을 운영 하였습니다. 단기반으로 간호학과에 필요한 기본과목만 본격적으로 배워주었습니다. 특설반 간호원학교에서는 간호원이 갖추어야 할 일반자질과 주사법, 처치법, 환자간호법, 구급환자 소생법, 지혈법, 관장법, 도뇨법, 위세척과 장세척 등을 배워줍니다. (중략) 간호원학교 과정에 실습기간은 1년에 1-2달 정도 있는데 저희 특설반은 20일 정도 병원들에 나가서 실습을 하였습니다. <참여자7>
‘재학 중 교육비용’ 주제는 ‘학비는 무상교육’, ‘학비 외에는 유상교육’의 두 하부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1960년대에 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참여자는 무상교육을 경험했다고 하였다. 반면, 1990년대와 2000년대 간호원학교를 졸업한 연구참여자들은 도 단위 간호원학교에서 수업을 받았지만 학비를 제외한 일체의 경비는 자비로 충당하였다고 하였다. 이들은 북한은 대외적으로 무상교육을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학교에 다니면서 학비를 제외한 모든 물품은 자체적으로 충당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다고 하였다.
1980년대부터는 도 보건과에서 간호원 양성을 주도적으로 했댔어요. 간호원학교에 학비는 내지 않았지요. <참여자1>
간호원학교에 다닐 때 돈이 없으면 학교를 다니기가 힘들었어요. 학비만 안내는 거지 책이랑 모든 게 돈이 들어요. 저는 지금도 어머니가 간호학교를 보내주어서 감사하게 생각해요. <참여자6>
지금은 학교에서 제기(요구)하는 게 많아요. 학교에 필요한 물품은 모두 학생들에게 가져오라고 하죠.. 간호원학교 다닐 때 돈이 많이 들었어요. 지금은 무상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아요. <참여자7>
‘사상 교육과정의 변천’ 주제는 ‘1960~1980년대 사상 교육과정’, ‘1990~2000년대 사상 교육과정’, ‘2010년 이후 사상 교육과정’의 세 하부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시대 흐름에 따라 간호원학교의 교육과정 중 사상 교과목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고 하였다. 1960년대 의학전문학교 기술반의 교육과정에는 ‘김일성 혁명력사’가 있었고 매 수업시간의 서두에 당 정책을 다루도록 했으며, ‘김일성의 로작’과 ‘혁명 전통’ 수업시간을 점차로 늘려나갔다고 하였다. 여기서 ‘로작’은 ‘노작(勞作)’의 북한식 표현으로 노동 계급의 혁명 이론 발전에서 커다란 이론 실천적 의의를 가지는 고전적 저서를 의미한다(Oxford University Press, 2024). 1994년 김일성의 사망에 따른 김정일 정권이 시작되면서 1990년대 간호원학교의 사상 교과목으로 ‘김정일 혁명력사’가 추가되었다고 하였다. 반면, 김정은 집권 초기인 2010년대에는 6개월 단기과정인 간호원학교 특설반의 교육과정에 사상교육이 없었다고 하였다.
OO의학전문학교 기술반에서 배운 교과목은 김일성 혁명력사, 수학(대수, 기하, 삼각), 물리, 화학, 체육, 음악입니다. <참여자1>
OO도 간호원학교 1학년은 김일성, 김정일 혁명력사, 로작을 배워주었어요. <참여자6>
1학년 때 김일성, 김정일 혁명력사와 사회주의 헌법을 배워줍니다. 2학년때도 혁명력사를 배워줍니다. <참여자2>
특설반 간호원학교에서는 김일성, 김정일 로작은 빼고 배워줍니다. <참여자7>
‘전공 교육과정의 변천’ 주제는 ‘1960~1980년대 전공 교육과정’, ‘1990~2000년대 전공 교육과정’, ‘2010년 이후 전공 교육과정’의 세 하부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참여자들은 시대 흐름에 따라 간호원학교의 전공 교육과정이 보다 세분화되었다고 하였다. 1960년대 의학전문학교 기술반의 전공 교육과정은 의학기본에서 간호학을 다루면서 임상실기를 대체하는 교육을 진행한 반면, 1990년 이후에는 과거 간호원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았던 동의학 간호학, 특수과(안과, 이비인후과 등) 간호학이 추가된 특징이 나타났다. 참여자들은 2010년대 이후에는 간호원학교의 전공 교육과정에서 임상실습 교과목이 분야별로 세분화되었다고 하였다.
의학전문학교 기술반에서 배운 간호 교과목은 의학기본(간호학, 림상실기), 인체해부학, 생리학, 병리학, 미생물학입니다. <참여자1>
OO도 간호원학교 1학년은 미생물학, 인체해부학을 배우고 2학년은 일반간호학, 외과간호학, 내과간호학, 동의과 간호학, 산부인과 간호학, 특수과 간호학, 약리학, 병태생리학, 2학년 2학기 6개월은 임상실습... <참여자6>
1학년 인체해부학, 간호기초, 2학년 내과간호학, 외과간호학, 소아과간호학, 산부인과 간호학,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임상실습 교과목을 배워줍니다. <참여자2>
3. 범주3. 간호 실무의 수행과 계속 학습
‘간호 실무의 수행과 계속 학습’ 범주는 ‘간호원 자격의 부여’, ‘임상에서의 간호 실무 수행’, ‘간호 실무 외 사회적 과제’, ‘간호원의 생활총화와 계속 학습’의 네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간호원 자격의 부여’ 주제는 ‘1960~1980년대 자격 부여’, ‘1990~2000년대 자격 부여’, ‘2010년 이후 자격 부여’의 세 하부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참여자들은 간호원학교를 졸업하는 시기에 따라 졸업 후 부여되는 간호원 자격이 상이하다고 하였다. 1960년대 의학전문학교 기술반을 졸업한 참여자는 졸업 후 간호원 3급 자격을 부여받았고, 1990년대와 2000년대 간호원학교를 졸업한 참여자는 간호원학교를 졸업하면서 과거와 달리 간호원 5급 자격을 받았다. 2010년 이후 간호원학교를 졸업한 참여자는 간호원 4급 자격을 받았으며, 6개월 단기 양성과정인 간호원학교 특설반 졸업자도 간호원 4급 자격을 부여받았다고 하였다. 더욱이 2010년 이후부터는 간호원학교 졸업 시 시행되는 졸업시험에 성적이 좋으면 간호원 자격과 함께 조산원 자격을 수여했다고 하였다.
1967년 9월 OO의학전문학교 기술반(간호원반)에 입학하여 2년간 수업을 받고 간호원이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졸업과 동시에 간호원 3급 자격을 주었습니다. <참여자1>
간호원학교 졸업하면 5급 자격이 주어집니다. <참여자6>
간호원학교 졸업 후 자격증 5급이 나옵니다. <참여자3>
간호원학교를 2년제 졸업했어요. 간호원학교 졸업시험에 통과하면 간호원 4급 자격을 받았어요. <참여자2>
2013년도 OO도 간호원 인력이 부족해서 한해 100명을 2개 기수로 입학을 시켰어요. 6개월 압축해서 수업을 받았는데 하루에 6과목을 들었어요. 당시에 간호원학교에 다니던 학생 50명과 같이 150명이 배출되었어요. 간호원 자격은 4급으로 동일했습니다. <참여자7>
최우등생 5명이 본교에 가서 시험보고 합격하면 3명은 조산원 자격증을 받습니다. <참여자2>
간호원학교 졸업시험에 성적이 좋으면 20명 중 5명은 조산원 자격증을 받습니다. <참여자5>
‘임상에서의 간호 실무 수행’ 주제는 ‘다양한 임상현장에서 실무 수행’, ‘의사의 지시 내에서만 실무 수행’, ‘부족한 인력과 쉼 없는 교대근무’의 세 하부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참여자들은 간호원 자격 취득 후 구급과(남한의 응급의학과), 구강과(남한의 치과), 산부인과, 교화소 등 ‘다양한 임상현장에서 근무’하면서 간호를 수행했다고 하였다. 구급과는 환자가 많지 않지만 북한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아서 교통사고가 나면 일시에 환자가 많아져 기관 차원의 진료가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구강과는 낮에만 운영하는데, 진료가 종료된 후 환자 치료 결과 특이사항에 대해 모든 구성원이 토의를 한다고 하였다. 산부인과 내 상담과에서 근무한 참여자는 2017년부터 평양에 소재한 중앙병원에 상담과가 설치되었고 2019년에는 지방의 도 인민병원에도 상담과가 설치되었다고 하였다. 산과에 소속된 상담과는 내원 환자가 산과, 부인과, 임신중절 등 어느 과에서 진료를 받는지 분류하는 업무를 담당한다고 하였다. 교화소에서 활동한 참여자는 범법으로 수감 생활을 하던 중 종합진료소에서 근무한 경력이 확인되어 수감자임에도 불구하고 교화소 내 타 수감자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게 되었다고 하였다.
구급과는 환자가 드문드문 오지만 한 번씩 교통사고가 나면 대형사고로 이어져서 40-50명의 환자가 밀어 닥칩니다. 북한은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서 트럭이 굴러떨어지면 타고 있던 사람 모두 다칩니다. 교통사고가 나면 각 기관별로 응급환자를 관리하는 체제로 들어갑니다. <참여자9>
간호학교 2년 졸업한 후 인민병원 구강과에서 1년간 근무를 했어요. 낮에 근무하고 저녁에는 생활총화 후 진료했던 환자의 치료 결과 특이사항에 대해 토의를 합니다. <참여자5>
조산원 자격이 있어서 조산과에 근무를 해도 되는데 친언니가 의학전문대학 졸업하고 조산원(준의)로 근무를 하고 있어서 같은 병원에 친자매가 한곳에 근무를 할 수 없는 병원 규정 때문에 상담과에 배치 받았습니다. <참여자4>
탈북한 남편과 전화통화를 6번 정도 하다가 적발되어 교화소 1년 2개월 생활을 하게 되었다. (중략) 과거에 간호원을 했다는 문건을 보고 교화소 위생병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교화소 간호원은 아침 기상 후 7개 반을 돌면서 직접 혈압, 체온, 맥박, 호흡을 잰다. 치료점검 대장에 기록을 하고 군의에게 보고하면 군의가 교화소 입소자 점검 대장을 살펴보고 1일당 휴역(노동시간 결정)을 결정한다. <참여자6>
연구참여자들은 다양한 임상현장에서 근무하고 있지만 ‘의사의 지시 내에서만 실무 수행’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북한에서 간호원이 스스로 판단하여 독자적으로 환자를 돌보는 일은 금지되어 있고, 모든 간호행위는 의사의 지시하에 이루어지며, 활력징후와 투약만 간호기록으로 남겼다고 하였다. 병원이나 종합진료소(남한의 보건소), 학교의무실, 군대 진료소 등 다양한 임상현장에 간호원을 배치하지만 이들에게 주어지는 가장 중요한 업무는 의사의 진료 보조라고 하였다. 의사의 지시하에 침, 뜸, 부황을 시술하는 일, 구강과에서 치위생사의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 간호원이 수행하는 간호 실무라고 하였다. 하지만 진료 보조의 결과 환자가 사망하게 되면, 책임의 30%는 간호원에게 지워지고 직업 또한 잃게 된다고 하였다.
응급실에 환자가 도착하면 의사가 필요한 약을 보호자에게 사오도록 합니다. 보호자가 약을 사오면 그때 치료를 해줍니다. 간호원은 주사를 놓는 일을 합니다. 간호원이 독자적으로 처리하는 일은 없습니다. <참여자9>
간호원이 업무를 하다 책임 소재가 발생하면 의사가 70% 책임을 지고 간호원에게 30% 책임을 지웁니다. 만약시 사인(死因)이 발생하면 의사는 비판서 작성하면 되지만 간호원은 업무를 박탈당합니다. <참여자10>
간호원 업무는 주로 투약 업무입니다. 저녁 10시는 항생제 주사를 놓아야 하고 대체로 페니실린과 세포탁심 항생제를 주사 놓습니다. 주사기는 환자가 개인적으로 사오면 1회용을 사용하지만 환자가 주사기를 사오지 않는 경우는 소독한 주사기를 재활용하는데 <참여자7>
본 연구의 참여자들은 다양한 임상현장에서 간호 실무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부족한 인력과 쉼 없는 교대근무’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하였다. 북한에서 참여자들은 12시간마다 이루어지는 2교대 근무와 순번제로 당직을 서는 것을 병행하였다. 당직 후에는 오전만 휴식하고 오후 2시에 출근하며 당직 근무 후에 별도의 휴식은 없었다. 군대 군위소에서 근무하는 경우, 별도의 훈련 후 당직을 교대로 서게 된다고 하였다. 하지만 배치된 의료기관에 간호인력은 매우 부족하였다. 부족한 인원에도 불구하고 1급 간호원에 해당하는 간호장(남한의 수간호사)은 직접 간호를 수행하지 않았고, 그에 따라 모든 실무는 간호장 이외 간호원에게 떠넘겨졌다. 더욱이 일부 간호원은 자신이 소속된 진료과 과장에게 특별한 사유와 함께 뇌물을 제공하여 교대근무를 면제받기도 하였다. 한편, 간호원은 고난의 행군기 에너지를 포함한 여러 자원의 부족으로 의료기관의 일부만 운영하는 상황에서도 병원을 지켜야 했다. 고난의 행군기에 당국은 다른 직원들은 병원을 나오지 않더라도 간호원은 반드시 나오도록 통제하고 응급상황에 대비하도록 하였다. 나아가 병원 근무 중에 전염병 환자가 발생하면 간호원을 환자집으로 보내 돌보도록 하는 ‘치료전투’에 동원되며 이때는 가족은 뒷전이고 오롯이 환자를 간호해야 했다.
제1인민병원 복부외과에 배치를 받았는데, 간호장이 1명 있는 곳에 배치를 받아서 간호원 2명이 복부외과 일을 모두 감당해야 했습니다. 간호원 2명이 5개월 근무하는 동안 너무 힘들어서 코피가 터지기도 했습니다. 밤 근무를 3일에 한 번씩 했고 24시간 근무를 하면 다음날 오전만 휴식을 하고 오후 2시에 출근합니다. <참여자7>
신경과 병동에 근무하는 간호원이 3명인데 3일마다 숙직을 서요. 숙직 서는 사람은 다음날 오전에 휴식하고 오후에는 출근해서 또 일을 해요. <참여자8>
군위소 간호원 당직은 순번제로 2시간씩 배치를 받는데 매일 9시 점검 이후 보초를 서고 다음날은 군위소 당직 근무를 순서대로 배치합니다. <참여자9>
저는 밤근무를 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되어서 외과과장한테 뇌물을 주고 밤에 근무를 하지 않았습니다. <참여자4>
고난의 행군기에 병원 업무가 마비되어도 간호원은 반드시 출근을 하도록 했습니다. 만약 구급환자가 발생했는데 병원에 아무도 없으면 큰일이 난다. (중략) 간호원이 구급약으로 피하주사약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참여자6>
간혹 전염병 환자를 돌보는 치료 전투에 투입되는데, 예를 들면 유행성 출혈열 환자가 발생하면 환자의 집에서 20일간 숙식을 하면서 시간마다 체온을 제고 소변이 나오는지 관찰하고 환자의 일거일투족을 살펴서 보고를 해야 합니다. <참여자7>
‘임상 밖에서의 간호 실무 수행’ 주제는 ‘생활에 턱 없이 부족한 급여’, ‘비공식 가정방문을 통한 급여 보충’의 두 하부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북한에서 고난의 행군기 이전까지 의료진에 대한 배급은 중단 없이 실시되었으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배급이 중단되었다고 하였다. 2000년 이전 간호원의 임금은 1년차 73원/월, 2년차 86원/월이었고, 이후 1,200원/월 수준으로 인상되었으나 임금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고 하였다. 한 달 임금으로는 쌀 1 kg도 살 수 없는 정도여서 참여자들은 부족한 급여를 보충하기 위한 방안을 스스로 모색하였다. 참여자들에 따르면 북한의 간호원은 입원환자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아야 본인에게 주어지는 이득이 많았다. 따라서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정맥주사를 놓아 실력을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였다. 특히 병원 의사가 믿고 맡길 수 있는 간호원은 항상 병원에서 호출을 하고, 그에 따른 부수입이 주어지는데, 주사를 잘 놓는 간호원은 항상 인기가 많았다. 이들 간호원은 병원 밖의 환자집으로 비밀리에 방문하여 주사를 놓는 등 의료행위를 하고 받은 부수입을 통해 생계에 매우 부족한 급여를 메꾸었다고 하였다.
간호원 1,300원, 조산원 1,500~1,700원 수준이었지만 사실 쌀 1kg 가격이 4,700~5,000원 수준이라서 월급의 의미가 없지요. <참여자4>
배급이 안 나오면서 생활비만으로 먹고 살 수가 없어요. 북한에서 간호원은 불쌍해요. 뇌물도 의사한테만 주니까.. 당직 근무를 한 후에도 쉬지도 못하고.. 그래서 그만 두는 간호원이 부지기수예요. <참여자10>
사회에서 인정받는 간호원은 소문이 나서 암암리 환자집으로 가서 주사를 놓거나 의료행위를 해주고 뇌물도 받게 되므로 이득이 생깁니다. 주사를 잘 놓은 간호원이 인기가 높습니다. <참여자9>
‘간호 실무 외 사회적 과제’ 주제는 ‘사회적 공통 과제의 부담’, ‘사회적 개인 과제의 어려움’의 두 하부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탈북 간호원은 북한에서 간호원학교를 다닐 때부터 예비 의료인으로서 국가에서 요구하는 각종 과제를 수행했었고 병원에서 간호원으로 근무하는 중에도 국가적 방침을 지키기 위해 이러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만 했다고 하였다. 연구참여자들은 간호원학교에 입학을 하면서부터 병원에 근무를 하던 기간까지 매년 2회씩 사회적 공통 과제를 수행해야 했는데, 마른 약초 30 kg를 병원에 반드시 제출해야만 했다. 더불어 개인 과제로 병원에서 제기(요구)하는 물품을 제출해야만 하였다. 참여자들이 근무하는 병원에서는 자체 ‘병원 꾸리기’라는 명목하에 병원 건물 개보수 공사를 위한 모래, 시멘트, 퇴비 등을 개인별로 할당하여 제출하도록 하였고, 지원은 없이 당국이 하달한 병원의 사업 수행을 위해 병원의 자체 계획에 따라 고철 같은 물품을 때마다 제출하였다 이야기하였다. 이러한 부담이 너무나 커서 결국에는 병원을 그만두는 사람들이 속출했다고도 표현하였다.
간호(원)학교에 다닐 때 약초를 캐기 위해서 방학 때 산에 가서 약초를 캐서 갖다 바쳐요. 좋은 약초를 구별하는 법도 알려주죠. 좋은 약초는 시장에서 비싸게 팔리기도 해요. 좋은 약초는 조금 양이 모자라도 통과되기도 합니다. <참여자6>
병원에 근무할 때 약초를 바쳐야 했어요. 언제 약초를 캐러가요. 그냥 시장에서 사다가 병원에 바쳤지요. <참여자7>
북한에서 간호원 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병원 자체 계획이 떨어지면 파철, 파지를 내라고 하고 무조건 바쳐야 한다. 병원에서 내라고 하는 것 없으면 다닐 수 있는데..... 그래서 간호원들이 병원을 그만두는 경우가 많지요. <참여자4>
간호원은 병원에 다니면서 힘들게 일했는데 보수도 없는데다가 휴식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또 사회과제까지 내라고 하니 병원 일을 그만두는 사람이 많습니다. <참여자7>
‘간호원의 생활총화와 계속 학습’ 주제는 ‘일상적인 생활총화’, ‘경력발전 교육제도를 통한 승급’의 두 하부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연구참여자들은 북한에서 직장생활 중에 생활총화에 반드시 참여한다고 하였다. 생활총화란 북한 주민들이 자신이 소속된 기관에서 주기적으로 각자의 업무와 공·사생활을 반성하고 상호 비판하는 모임을 가리킨다(Ministry of Unification, National Unification Education Institute, 2021). 병원에서는 매주 토요일에 생활총화를 실시하며 오전 8시에 출근하여 업무를 시작하기 전 30분 동안 생활총화를 하였는데, 최근에는 과거와는 달리 형식적으로 생활총화를 실시한다고 하였다. 한편, 북한에서는 보건의료인력 체계 내에서 직업간 승급이 가능하다고 하였다. 재북 시 참여자의 일부는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면서 사회주의국가 교육체계의 주요 특징인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체계’를 통해 간호원으로 근무를 하면서 의학전문학교와 의과대학에서 지속적인 통신교육을 통해 중등보건일군인 준의사, 상등보건일군인 의사로 승급할 수 있었다고 하였다.
하루 일과는 8시 출근해서 아침 조회에 참여하고 생활총화하고 1일 총화 시에 과제 수행에 대해 토론을 하고 환자 치료 결과 특이사항에 대해 다 같이 토의를 합니다. <참여자6>
월요일은 전 직원이 모여서 병원장의 훈시를 듣는 총 조회를 하고 화요일은 의사, 간호원들이 학습의 날로 정해져 있어서 참여합니다. 목요일은 기술부원장의 총 회진의 날로 정해져 있어요. 생활총화는 토요일에 실시합니다. 생활총화에 대부분 아는 사람이라서 강하게 말 못하고 그냥 넘어간다. 모두가 생활총화를 부담스러워 한다. <참여자7>
병원 간호원으로 근무 하면서 OO의학전문학교 전문반 의학과에서 2년간 통신과정 수업을 받고 준의 5급 자격을 얻었습니다. 계속 대학병원 수술실에서 근무를 했기에 병원 근무 준의였습니다. <참여자1>
OO대학병원 간호원으로 근무하면서 일하면서 배우는 학습체계에 들어가서 병원에 적을 두고 의과대학에 가서 공부했습니다. 최종 시험에 합격해서 6급 의사 자격을 취득했어요. 간호원에서 의사되는 기간은 12년이 걸렸습니다. <참여자10>
Ⅳ. 논 의
본 연구는 간호 교육 및 실무에 대한 북한 자료의 부족과 공개된 자료의 신뢰성 등을 고려하여 문헌, 경험 등 배경 없이 탈북 간호원인 참여자와의 심층면담을 통해 수집한 자료를 전통적 내용분석방법으로 분석하여 참여자가 재북 당시 경험한 북한의 간호 교육과 실무에 대해 확인하고자 하였다. 연구결과 탈북 간호원은 자신이 경험한 북한의 간호 교육 및 실무를 ‘간호 교육에의 진입’, ‘시기별 상이한 간호 교육의 이수’, ‘간호 실무의 수행과 계속 학습’의 세 범주로 인식하고 있었다.
참여자는 사회주의국가인 북한의 계획경제하에 당국의 보건의료인력 양성 계획에 따라 법령이 정한 입학조건에 의거, 간호원 교육기관에 입학함으로써 북한의 ‘간호 교육에 진입’하였다. 동시에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기, 2000년대 북핵 위기에 따른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경제적 어려움이 더해지고, 간호인력의 부족 등으로 사회 사정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하는 가족 내 의료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사적인 입학조건에 따라 간호원학교에 입학하였다. 다만, 본 연구에서는 간호원 교육기관이 간호원학교 내의 2년제 과정과 6개월 특설반, 6개월의 군간호원양성소로 확인되는데 반해, 선행 문헌(Ministry of Unification, 2023; Kang et al., 2019; Kim, 2016)에서는 2년제 보건간부학교, 1년제 간호원학교, 6개월 과정의 간호원양성소로 보고되는 것과 다소 상이하였다. 이는 북한의 간호 교육과 관련된 연구가 북한관련 정보의 제한성으로 인해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질적연구로 이루어지며, 특히 재북 당시 간호원 자격을 취득하고 임상실무를 경험한 탈북민의 수가 매우 소수이고 대다수가 탈북이 용이한 국경지대 출신임에 따른 차이로 사료된다. 또한 무상치료제로 대표되는 북한의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로 자가 치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가족의 건강을 지키고자 간호원학교에 들어갔다는 연구결과는 북한에서 간호원이 여성의 직업으로 선망의 대상이라는 연구결과(Kim, S. H., 2019)를 뒷받침한다.
한편 연구참여자들은 북한의 간호 교육에 있어 군대 내 간호원양성소의 6개월 교육과정이 변화하지 않고 지속되고 있는 제도이며, 2010년 이후 간호원학교에 개설, 운영되고 있는 6개월 단기 특설반을 북한 간호 교육의 주요한 특성으로 일성하였다. 군간호원양성소 교육과정은 여군을 대상으로 간호원 교육을 받도록 하여 군대에서 필요한 인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군간호원양성소의 교육과정은 붕대법, 지혈법, 기도확보, 구급소생, 석고붕대, 점적법, 소독, 투약에 대해 교육이 주로 이루어지고 군인 신분으로 군대 동료의 위생상태 점검, 예방접종, 급식검사, 군인가족 치료, 후송, 영양상태 점검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다(Kwon et al., 2016). 그럼에도 이들이 군 복무를 마치고 지역사회 병원에서 정규 간호원으로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로 볼 때 북한당국이 간호원 교육에서 전문성을 확보하는 교육보다는 필요한 인력 배치를 우선순위에 둔 정책을 펼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0년 이후 간호인력의 부족을 이유로 간호원학교에 개설, 운영되고 있는 6개월 단기 특설반 교육과정은 선행 문헌(Kang et al., 2019; Kim, 2016)에서 보고된 바 없는 학제로 간호의 전문성 확보를 요원하게 함은 물론 질적 하락의 우려를 제기한다. 본 연구결과 북한에서 간호인력 수급의 어려움이 생겨나고 있다는 사실은 견디기 힘든 업무 환경과 일한 만큼 보수를 주지 않는 의료현장에 머물기보다는 가족을 돌보는 역할을 더 중요시하게 하였다. 간호 교육을 받았으나 전문적인 간호원 역할보다는 오로지 정맥주사를 잘 놓는 기술을 배워서 생계유지에 턱없이 부족한 급여를 보충하는 등 어려운 현실 생활을 타개하는 방편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남북한의 간호 교육 지향점의 상당한 격차를 의미하며 향후 간호 분야의 남북교류, 나아가 통일한반도를 위한 통합된 간호 교육 제도를 마련할 때 주의깊게 고려되어야할 부분으로 사료된다.
간호 교육에 진입한 이후 참여자는 ‘시기별로 상이한 간호 교육을 이수’함으로써 간호원으로 양성되었다. 1940년대에 제정되어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간호원학교 규정」제9조에서는 간호원학교에서 교수하여야 할 교과목을 ‘보건국장이 발표한 교과정표에 의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상세한 교과목은 「간호원 시험규정」에 인민과, 생리학, 해부학, 위생학, 약리학, 전염병학, 내과학(간호방법 포함), 외과학(간호방법, 소독방법, 붕대방법, 구급처치방법을 포함), 간호방법을 포함한 소아과학, 산부인과학으로 제시되어 있다(Lee & Lee, 2006). 시기별로 차이가 있으나 본 연구의 참여자 또한 간호학 전공 교육과정이 앞서 기술된 교과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였으며 이러한 교육 내용은 최근 북한에서 간호원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는 탈북민을 대상으로 한 선행연구(Jeon, 2018; Kim, 2020; Shin & Kim, 2001)에서 보고한 교과목과 유사하였다. 본 연구결과, 북한 간호 교육 중 사상 교육과정 또한 시기별로 차이가 있었는데, 정권 초기(1948~1950년)에는 인민과로 분류되었으나 이후 김일성ㆍ김정일 혁명력사와 로작, 김일성 주체사상, 사회주의 헌법 등 교육 내용의 변화가 확인되었다. 이후 9년제 기술 의무교육제가 실시되면서 5년제 중학교는 중등 일반지식 교육과 기초 기술교육을 모두 다루는 의무 교육기관으로 혁명 전통 교양과 결부시킨 공산주의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당과 수령에 충성하도록 했고 당 정책은 매시간 수업 앞부분에서 다루도록 하였다(Kim, 2015). 본 연구결과 1960년대부터 1980년대 간호원학교 교육을 받은 참여자들은 간호학 전공에 대한 교육을 의학의 기본 분야로서 학습했다고 하였고, 1990년대부터는 간호학을 단독 과목으로 명기하는 변화가 있었다고 하여 선행 연구결과(Kim, 2020; Jeon, 2018)를 뒷받침하였다. 즉, 간호학 전공 교육과정 이수 시 내ㆍ외과 간호학, 특수과 간호학, 산부인과 간호학 등으로 교과목의 세분화가 이루어졌고, 동의학 간호학 또한 한 분야로 다루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북한의 보건정책의 큰 줄기에 해당하는 동의학과 신의학의 배합 정책 실시(Lee et al., 2013)로 동의학에 대한 지식이 요구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다만, 이는 남한에서 간호 교육과정을 학습성과 기반으로 구성하고, 교과목을 교양과 전공, 전공을 이론, 실습실 실습, 임상 실습 교육으로 구분해 체계적으로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Korean Accreditation Board of Nursing Education, 2024)과 매우 상이하다. 따라서 향후 남북교류와 통일한반도에서의 간호 분야 통합을 위해 남북한 각각의 자격을 어떻게 인정하고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세부적인 검토와 함께 남북한의 격차를 줄이기 위한 재교육 및 연수 프로그램의 개발 및 적용이 요구된다.
간호교육기관의 졸업과 함께 참여자는 간호원 자격을 부여받고, 다양한 임상현장에서 ‘간호 실무를 수행하였으며 계속 학습’을 통해 타 직군으로 발전해갔다. 본 연구결과, 참여자들은 북한에서 받은 간호원 양성교육의 수업연한이 시기별로 상이했고 그에 따라 수여되는 간호원 자격 또한 차이가 있었다고 하였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는 간호원 3급을 받았으나 1990년대 이후는 간호원 5급 자격으로 바뀌었고 2010년대부터는 간호원 자격이 일관되게 4급으로 부여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추이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간호원 자격은 최저 6급부터 최고 1급까지로 구분되어 있고, 3년마다 교육을 통해 해당 급수의 자격을 유지하거나 승급할 수 있다(Kim & Lee, 2015). 이를 고려할 때, 2020년 이후 수업연한이 1년 2개월에서 2년으로, 그리고 다시 6개월 단기과정으로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급수의 자격이 부여된다는 사실은 교육과정의 차이가 반영되지 않음을 의미하며, 이는 간호인력의 전문성이 인정받지 못함을 추측하게 한다. 본 연구결과, 북한의 간호원은 다양한 임상현장에서 간호 실무를 수행하고 있으나 의사의 지시 범위 내에서만 운신이 가능하며, 그에 비해 책임의 범위는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난의 행군기 제한된 자원으로 인한 병원 운영의 축소 상황에서도 간호원은 병원을 떠날 수 없었다. 또한 전염병이 발생하면 환자의 집에서 숙식을 하면서 ‘치료전투’에 참여하여 환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하지만 간호원의 업무 범위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야만 하는 강제성이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호하던 환자가 사망할 경우 30%의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는 북한 간호원들의 생활실태를 언급함에 있어 고난의 행군기에 의료현장에서 시체 닦기 등 가장 힘든 일을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현실을 보고한 선행연구(Kim, S. H., 2019)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힘든 노동의 현장이 아니라 병원이라는 실내에서 근무하며 돈을 잘 벌 수 있는 간호원은 북한 주민에게 선망의 직업이다(Kim, S. H., 2019). 한편 간호원들이 임상현장에서 주사를 잘 놓고 실수 없이 간호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본 연구결과는 북한에서 간호원의 실무 수행에 대한 주민의 평가가 우선이라는 믿음이 대세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이는 북한당국이 시행하는 보건의료 정책에서 의료인들의 정성치료를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것(Kim, J. Y., 2019)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북한 간호원들은 임상현장에서 힘든 일을 묵묵히 하면서도 국가에 헌신적으로 봉사할 것을 요구하는 사회적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 과제 명목은 직장에서 혹은 개인별로 내는 종류가 많고 이러한 부담 때문에 오히려 간호원들이 직업을 그만두는 결과로 나타났다. 과거와 달리 북한의 무상교육은 명목으로만 존재하는 현실 속에서도 무상교육을 받았으니 인민에게 봉사하도록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참여자 중 대학병원에서 계속 근무한 경우 통신교육을 통해 간호원에서 준의사와 의사 6급으로 승급한 사례가 있었다. 5년 이상의 경력을 갖춘 간호원이 의학전문대학이나 의과대학 통신학부를 이수하여 준의사 또는 6급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보고한 선행 연구결과(Shin et al., 2015)와 유사하다. 이는 북한이 1950년대부터 내세워온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고등교육을 이수하는 방식인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체계’가 지금까지도 작동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들의 헌법에 사회주의 교육이념을 강조하면서 헌법 제46조에 ‘국가는 학업을 전문으로 하는 교육체계와 일하면서 배우는 여러 가지 형태의 교육체계를 발전시키며 교육내용과 방법, 교육조건과 환경을 부단히 개선하여 유능한 과학기술 인재들을 키워낸다’라고 정하고 있다(Ministry of Government Legislation, 2022). 이러한 학습체계는 북한 간호원의 개방적인 경력 발전을 돕는 긍정적 제도로 평가된다. 북한당국은 세계 여러 나라들과 비교 할 수 없는 계급국가로서 통제 수단을 강화하는 곳임에도 노동자 계급에 속하는 보조의료일군인 간호원이 준의가 되면 중등보건일군이 될 수 있고 의사 자격을 취득하면 상등보건일군으로 경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다.
탈북 간호원들은 자신이 북한에서 경험한 간호원학교의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일관되게 ‘배워준다’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이는 북한의 교육이념이 사회주의 건설에 필요한 인재를 키우는 과정이기에 교수자 자신의 교육신념을 학습자에게 가르칠 수 없고 오로지 북한 노동당의 교육강령을 미리 학습하여 학생들에게 그대로 전달하고 있음(Ministry of Unification, 2023)을 의미한다. 따라서 북한의 간호 교육 및 실무에 대한 연구 분야도 북한 최고지도자의 사상성을 우선적으로 강조하는 북한의 교육제도에서 비켜날 수 없는 현실적 문제 또한 간과하지 말아야 하겠다.
Ⅴ. 결 론
북한에서 교육을 받고 간호원으로 활동했던 탈북민이 경험한 북한의 간호 교육과 실무에 대한 인식을 확인한 결과, 참여자는 북한의 간호 교육 및 실무를 ‘간호 교육에의 진입’, ‘시기별 상이한 간호 교육의 이수’, ‘간호 실무의 수행과 계속 학습’의 세 범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북한의 간호 교육은 정권 초기에 보건법령으로 제시된 간호원학교 규정을 적용하고 있으나 법령의 개정, 교육과정의 변화, 사회경제적 어려움 등 큰 변화가 있었던 시기에 따라 입학조건, 수업연한, 사상 및 전공 교육과정, 자격의 급수 등 간호원 양성교육에 있어 폭넓은 변화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군간호원양성소,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체계 등 사회주의국가의 계획경제 및 노동생산력 확보를 위한 제도는 유지되고 있는 상황으로, 간호원이 중등-상등 보건의료일군에 해당하는 의사 직군으로 승급한 사례도 확인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임상현장에서 북한 간호원은 보조의료일군으로서 의사의 지시가 있어야만 제한된 범위 내에서 간호 실무를 수행할 수 있고 더욱이 의료사고가 발행한 경우,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간호원을 그만두어야 하는 등 전문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시기별로 동일한 교육과정을 이수하였으나 간호원 자격 급수가 달리 수여되거나 매우 상이한 교육과정을 이수하였으나 동일한 급수의 자격이 수여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나아가 북한의 간호원들은 구급과, 구강과, 산부인과, 신경과 등 매우 다양한 임상현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으나 개인적 보상체계는 미흡하면서도 약초나 건설자재 제출 등 북한당국의 강압적인 사회적 과제 수행 때문에 상당수가 임상현장을 떠나는 추세가 나타났다. 이처럼 임상을 떠나는 간호인력에 대한 북한당국의 조치는 6개월 단기 교육과정의 개설과 운영으로 확인되어 전문성 측면에서 오히려 퇴보하는 간호 현황이 파악되었다. 결과적으로 북한당국이 간호인력 수급을 위해 6개월의 단기간 교육과정을 통해 간호원을 양성하고 있으나, 북한의 경제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개인별 보상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한 간호인력의 수급 정상화는 요원해 보인다. 본 연구결과를 기반으로 남북교류 및 미래 통일한반도의 간호 분야 통합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북한 내 주요 도시와 지방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고려할 때 국경지역에 집중된 탈북 전 거주지를 다양화하고 지역별 간호 교육과 실무를 확인하며, 코로나19에 따른 국경폐쇄를 비롯하여 여러 분야의 격변이 일어나고 있는 김정은 정권 하 간호의 현황을 확인하는 후속 연구를 제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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